'부산항에 돌아온' 마해영과 롯데의 '궁합'
OSEN 기자
발행 2008.01.24 15: 28

[OSEN=이상학 객원기자] ‘마포(馬砲)’ 마해영(38)이 마침내 부산항으로 돌아왔다. 지난 2001년 2월1일, 보복성 트레이드로 롯데를 떠난 뒤 7년 만이며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되는 것은 8시즌 만이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잔치의 기억에는 마해영이라는 이름이 아련하게 자리하고 있다. 2000년 마해영은 132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4리·23홈런·90타점으로 활약했다. 팀에서 가장 높은 타율과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했다. 그해 롯데는 65승4무65패, 승률 5할4리를 마크하며 당당히 매직리그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드림리그 3위 삼성보다 승률이 낮아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는 삼성에 1승2패로 패퇴했다. 마해영도 3경기에서 12타수 1안타, 타율 8푼3리로 침묵했다. 그것이 롯데의 마지막 가을잔치였다. 마해영이 떠난 후 롯데는 7년 연속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이는 한국프로야구 최장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기록이기도 하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잔치는 마해영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무대이기도 했다. 2001년 2월, 마해영은 선수협의회 문제로 롯데 구단으로부터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하며 삼성으로 이적했다. 롯데가 마해영을 주고 받은 선수가 바로 김주찬과 이계성이었다. 이계성은 2005년을 끝으로 은퇴했고, 김주찬은 아직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김주찬과 이계성은 7년간 통산 타율 2할4푼5리·34홈런·197타점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마해영이 1999년 기록한 35홈런보다도 적었다. 마해영은 김민호와 함께 롯데에서 유이하게 4년 연속 팀 홈런 1위를 차지한 선수였다. 롯데는 마해영이 떠난 후 이대호가 성장하기 전까지 거포 부재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해영의 저주’라는 비약도 무리는 아니었다. 롯데를 떠난 이후 마해영도 굴곡이 심한 행보를 보였다. 삼성에서는 좋았다. 삼성에서 3년간 타율 3할1푼4리·101홈런·33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연평균 33.7홈런·111.3타점은 롯데에서 데뷔 후 6년간 기록한 연평균 타율 2할9푼6리·21.3홈런·83.2타점보다 더 좋은 성적이었다. 2002년 한국시리즈 MVP에까지 차지한 마해영은 삼성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2003년 말 4년간 최대 28억 원을 받는 FA 대박을 터뜨리며 KIA로 이적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5년 말에는 다시 LG로 트레이드됐지만, 이후에도 먹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며 방출 예고 및 철회라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결국 지난해 시즌 종료 후 다시 LG로부터 방출됐다. 마해영은 지난해 2군에서 방치 아닌 방치를 당할 때부터 ‘고향팀’ 롯데 복귀를 희망했다. LG에 자신을 방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이라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강병철 당시 감독이 세대교체를 이유로 마해영 영입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 후 강 감독이 물러났고, 롯데 팬들이 홈페이지에서 ‘마해영 영입 릴레이’를 벌이며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FA 영입 및 트레이드를 추진하던 롯데는 이 모든 것이 물거품된 뒤에야 마해영에게 손을 뻗쳤다. 마해영은 지난 11일 롯데 훈련에 합류해 테스트에 돌입했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결정에 따라 입단을 확정지었다. 마해영의 계약조건은 보잘 것 없다. 1년간 연봉 5000만 원이라는 헐값이다. 옵션은 비공개했다. FA 계약 이후 급추락한 마해영의 현재 값어치가 딱 그 정도다. 하지만 마해영에게 계약조건은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연봉과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야구만 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는 것이 마해영의 말이었다. 마해영은 꿈을 실현했고, 이제는 사직구장 녹색 그라운드에서 부산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만이 남았다. 마해영을 처음 봤을 때부터 ‘롯데의 전설’로 추켜세웠던 로이스터 감독 역시 “그의 정신력과 도전정신이 마음에 든다”고 말할 정도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물론 단순한 온정주의가 아니라 팀 전력 플러스요인에 대한 기대감도 당연히 반영돼 있다. 마해영은 “고향팀에서 다시 뛰게 돼 너무 기쁘다. 1999년처럼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9년은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마지막 해로 남아있다. 마해영은 롯데 입단 첫 해였던 1995년에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함께 했다. 마해영은 등번호로 49번을 단다. ‘롯데 49번’은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본래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8년 만의 가을잔치를 노리고 있는 롯데에게 마해영의 합류는 나쁘지 않은 징조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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