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투자한 대가다. 요즘 야구계 화두가 ‘거품빼기’이지만 그래도 써야 할 곳에는 써야 한다. 투자를 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무조건 줄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구단들의 한 해 성적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인 외국인 선수 선발도 투자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일부 구단에서 선수들에 몸값을 규정(첫 해 30만 달러) 이상으로 주는 바람에 ‘거품제거 요소’로 분류되고 있지만 제대로 선수를 뽑는 일만큼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근년 들어 한국 프로야구는 용병 선발에 있어 특이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및 마이너리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 선수를 보고 스카우트하는 팀과 그 팀에서 방출한 선수를 데려가는 팀으로 나눠지고 있는 흐름이다. 가장 열심히 미국 무대를 발로 뛰며 점검하는 팀은 삼성과 KIA다. 삼성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외국인 선발 전문 스카우트를 상주시키며 시즌 중은 물론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 때 출장을 가서 선발 후보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현장 체크한다. 국내에서도 스카우트로 명성이 높았던 좌완 투수 출신인 이문한 씨가 그 주인공이다. 투수 용병을 특히 잘 뽑기로 정평이 나있는 KIA는 매년 미국 현장으로 국내 스카우트가 출장을 가서 선수들을 점검하고 협상한다. 역시 선수 출신인 조찬관 스카우트팀장이 주임무를 맡고 있다. 조 팀장은 지난 겨울에도 도미니카공화국서 열린 윈터리그를 참관해 메이저리그 출신 우완 투수 호세 리마를 스카우트한 것은 물론 서재응까지 데려오는 데 힘을 썼다. 이문한 씨와 조찬관 씨는 매년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만나서 함께 선수를 체크한다. 둘은 경쟁 관계이지만 함께 이동하면서 자기만의 잣대로 선수들을 평가하고 스카우트한다. 올해도 두 사람은 3월초 시작되는 마이너리그 스프링 트레이닝에 맞춰 애리조나 및 플로리다 출장 계획을 잡고 있다. 이처럼 두 구단은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용병 선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덕분에 다른 구단들보다는 안정적으로 선수들을 스카우트, 전력으로 잘 가동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타자쪽보다는 투수쪽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다른 구단들이 들쭉날쭉한 출장으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을 때 두 구단은 일관성 있는 스카우트 작업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서울 구단들인 LG와 두산은 국내에서 미국, 일본, 한국 성적표에 기초를 두고 에이전트들과 연락을 취하며 주로 삼성과 KIA에서 내보낸 선수들을 잡아오고 있다. LG는 시즌 중에 자주 스카우트팀이 미국 출장을 가서 현장 체크도 하지만 삼성에서 방출한 용병 선수를 많이 데려오고 있다. 2000년 스미스, 2001년 마르티네스, 2007년 하리칼라에 이어 올해는 브라운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용병들을 스카우트, ‘재활용 공장’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서울 구단인 두산은 KIA에서 버린 용병 투수들을 대부분 데려와서 더욱 빛나게 만드는 ‘특급 재활용 공장’이 되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리오스를 비롯해 올해 다시 데려온 레스, 그리고 마크 키퍼 등이 KIA에서 두산으로 옮겨 성공을 거둔 케이스들이다. 두산 구단은 나름의 용병 선발 원칙을 갖고 국내 리그를 경험한 선수 위주로 재활용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무대에 용병을 수혈하는 삼성과 KIA, 그리고 두 구단에서 방출한 선수를 재활용하는 LG와 두산 등 나름대로 원칙에 따라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용병공장’ 노릇을 하고 있는 KIA와 삼성으로서는 약간 억울한 일이지만 한국의 현실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삼성과 KIA는 앞서서 좋은 선수를 직접 보고 스카우트한 결과, 실패를 줄이고 팀성적에 보탬이 되는 선수들을 데려오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