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김태균-이대호의 끝나지 않은 경쟁
OSEN 기자
발행 2008.01.25 15: 51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26)가 25일 3억 6000만 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8년차 최고 연봉(2002년 이승엽 4억 1000만 원)을 요구하며 구단과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4000만 원 인상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8년차 최고 연봉의 새 얼굴이 되지는 못했지만 계약을 마친 이대호는 롯데의 4번 타자로 팀을 4강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입단 당시부터 이대호와 비교됐던 한화의 김태균(26)은 구단에 연봉 인상을 요구하다 오히려 전년보다 2000만원 삭감된 2억 9000만 원에 이미 계약한 상태였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의 대표타자로 성장한 두 선수의 지난 시간을 보면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지난 2001년 프로무대에 발을 들인 둘은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대표로 한국을 이끌던 거포들이었다. 그러나 입단 첫 해부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김태균과 달리 이대호는 프로무대에 적응이 조금 늦었다. 데뷔 첫 해 88게임에서 20개의 홈런(장타율 6할 4푼 9리)을 기록하며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김태균은 이듬해부터 100경기 이상에 출전하며 한화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대호는 2001년 단 6경기에 출장했고 데뷔 후 3년간 100게임 이상을 출전한 시즌이 없었다. 그러나 2006년 이대호가 타격, 타점, 홈런에서 1위를 차지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성적에서도 김태균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입장이 됐다. 작년 시즌도 두 선수의 경쟁은 마치 서로를 의식한듯 치열했다. 이대호는 3할 3푼 5리, 29홈런, 87타점, 장타율 6할을 기록했고 김태균은 2할 9푼, 21홈런, 85타점, 장타율 5할 1푼 3리를 기록했다. 물론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김태균과 그렇지 못한 이대호를 단순히 성적만 놓고 판단하는 것이 성급할 수도 있다. 김태균은 통산 타율이나 홈런, 타점에서도 이대호를 앞선다. 그러나 2006년 이후만 놓고 보면 이대호의 추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년의 경우도 억지로 구분을 짓자면 전체적으로 이대호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두 라이벌의 연봉 액수도 성적과 함께 변해왔다. 트리플 크라운을 무기로 2007시즌을 앞둔 연봉 계약에서 이대호(1억 3000만 원->3억 2000만 원)가 김태균(2억 4000만 원->3억 1000만 원)을 역전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두 거포의 라이벌 구도가 새로운 형국으로 들어선 것.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두 선수 모두 팀 내 타자 고과 1위를 기록했지만 김태균은 삭감, 이대호는 인상을 기록하며 두 라이벌의 연봉 경쟁에서도 이대호가 한 발 더 앞서나가게 됐다.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약간 우위를 점하게 됐지만 내심 8년차 최고액을 바랬던 이대호도 이번 계약에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또 입단 후 꾸준한 활약으로 팀에 공헌했지만 삭감 통보를 받은 김태균도 허탈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둘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타트는 김태균이 조금 빨랐으나 이대호는 이를 악물고 김태균을 따라잡았다. 둘의 레이스는 이제 겨우 중반을 지났을 뿐이다.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지도 모른다. 이 둘이 남은 야구인생을 어떻게 전개시키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heman81@osen.co.kr 김태균-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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