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신바람 야구’로 프로야구계에 태풍을 일으켰던 LG 트윈스이지만 2000년대 들어선 잠잠해졌다. 팀성적도 중하위권에 맴돌았고 신인왕도 1997년 이병규가 수상한 이후 지난해까지 명맥을 잇지 못했다. 이른바 LG의 ‘잃어버린 10년’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올해는 새바람을 기대해 볼 만하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3명의 특급 투수들을 수확, 올 시즌부터 당장 가동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고졸 신인 3인방인 1차지명 이형종(서울고), 2차 1순위 정찬헌(광주일고), 2차 2순위 이범준(성남서고)이 주인공이다. 현재 사이판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인 김재박 감독은 “이들은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볼도 빠를 뿐 아니라 지금보다 성장할 수 있는 체구나 재질을 갖추고 있다. 아마 1~2년 이내에 에이스감으로 될 재목들이다. 본인들이 열심히만 한다면 밀어준다. 우리 LG는 최근 들어 신인선수들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스스로 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고 LG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신인들을 키워야만 한다”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3명 중에서 11년 만에 LG에서 신인왕으로 탄생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도록 감독의 측면 지원이 있을 전망이다. 김재박 감독은 LG가 신인왕을 만들지 못한 채 암흑기를 보낼 때 현대에서 신인왕을 양산하며 현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김재박 감독이 현대 사령탑을 맡고 있던 시절인 1996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에서는 5명의 신인왕이 탄생했다. 1996년 박재홍을 시작으로 1998년 김수경, 2002년 조용준, 2003년 이동학, 2004년 오재영 등이 김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신인왕에 등극했다. 가히 ‘신인왕 제조기’라고 부를 만하다. 지난해 친정팀 LG 사령탑으로 복귀한 김 감독은 서울 라이벌 두산에서 신인 임태훈이 ‘마당쇠’ 노릇을 톡톡히 해주며 팀 상승세에 기여하는 것을 부러워했다. 김 감독은 “신인 투수 한 명이 자리를 잡으면 팀전력이 급상승한다”며 LG에 임태훈 같은 투수가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올해는 풍부한 대어 신인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에 김 감독의 소망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비록 어린 선수들이지만 이미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특급 투수들이어서 잘 키우고 관리하면 임태훈 못지 않은 투수로 성장할 재목들이다. 전신인 MBC 시절 김건우(1986년)-이용철(1988년)을 포함해 김동수(1990년), 유지현(1994년), 이병규 등 신인왕을 5명씩이나 배출한 LG 트윈스가 올 시즌 특급 신인 3인방을 앞세워 ‘명가 재건’에 성공할 것인지 주목된다. sun@osen.co.kr 정찬헌-이형종-이범준 /LG 트윈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