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연기 손맛을 봤으니 매운탕까지 끓여먹고 싶다”
OSEN 기자
발행 2008.01.26 10: 11

영화배우 전지현(27)은 드라마 ‘해피투게더’(1999)로 얼굴을 알렸다. 그 후 10년 넘게 ‘전.지.현’이라는 이름 석자가 갖는 스타성은 최고였다. CF스타로 패션 아이콘으로 많은 남성들의 로망이었고 여성 팬들에게는 따라잡아야 할 스타일의 정점이었다.
그녀는 그 후 ‘화이트 발렌타인’(1999) ‘시월애’(2000)를 거쳐 ‘엽기적인 그녀’(2001)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4인용 식탁’(2003)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 ‘데이지’(2006)까지, 관객들의 부풀대로 부푼 기대를 채우기에 다소 부족한 전지현의 연기력은 매번 논란이 됐다.
그녀가 황정민과 함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로 돌아왔다. 영화 속 다큐멘터리 PD 송수정으로 분한 전지현은 그 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 보였다. 전작들보다 더 편해진 모습, 그런 전지현과의 대담이다.
- 송수정이라는 캐릭터에 전지현을 어떻게 투영해서 인물을 만들어냈나.
여태까지 해온 것도 그렇고, 저를 통해서 표현해야 한다. 배역자체가 저를 설득시켜야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다. 저를 통해서 자연스러운 것을 뽑아내고 거기에 색깔을 입히고 옷을 더 덮어야만 색다른 게 나오는 것 같다. 저를 통해서 표현을 하지만, 제가 항상 가지고 있는 전지현의 표현이나 말투가 아닌 송수정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깨는 작업이 힘들기도 했다.
-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어떠했나.
영화에서 주고자 했던 메시지들이 가볍지 않아서 좋았다. 황정민의 독특한 설정이 주는 메시지도 가볍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영화가 신마다 호흡이 길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 호흡이 반복 돼서 지루해지기도 했다. 작품 전체에 있어서 아쉬움은 있다.
- 이제 20대이지만 데뷔한지 11년 됐다. 20대 초 중반이 다르듯 중반을 넘기고 있는 많은 감들이 예전과 다를 것 같다.
우리가 흔히 TV에서 보는 배우지만 한 평생을 같이하는 사람이다. 잠깐 했다가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쭉 배우로 살아가는 사람들. 지금 관객들은, 이 시대 사람들은 저를 계속 보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어쨌든 저도 저만이 느끼는 20대만의 감정이 있을 것이고 그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황정민이 황정민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저도 제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 여배우가 스크린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로 예쁘지 않게 보이려고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뭐가 먼저인 줄 알아야 할 듯하다. 배우이기 이전에 제가 20대 후반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여배우로 나이 들어간다는 게 기대된다. ‘해피투게더’ 때의 저하고 지금 표현해 내는 게 다르다. 제가 살면서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직업을 가졌다. 잘 할 수 밖에 없다. 여배우로 늙어간다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기대되는 삶인지 모르겠다. 여유도 생기고 더 큰 것을 얻는 기분이다.
- 이번 작품을 계기로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을 텐데. 개인적인 욕심은.
손맛을 봤으니 그 다음에는 매운탕까지 끓여먹고 싶다. 매운탕을 끓어먹을 때도 간을 맞춰야 한다. 앞으로 보여질 것들이 많고 하나씩 채워가면 좋을 것 같다.
- 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Blood: The Last Vampire, 2008)’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가수 비도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제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해야 한다고 본다. 배우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 봐도 한국 사람들도 나가서 홍콩이나 중국처럼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해줬으면 한다. 내가 그 기회를 가졌다면 다음을 위해서 준비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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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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