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스, "포항에 '매직-기적'은 어울리지 않아"
OSEN 기자
발행 2008.01.26 13: 05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세르지오 파리아스(41) 감독. 아직 생선회는 먹지 못하지만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 구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브라질 국적의 사령탑이다. 벌써 한국 생활 4년차. 지난 2005시즌 첫 부임한 뒤 불과 3년 만에 K리그 정상을 밟았다. 아쉽게 FA컵 결승전에서 '제철가 형제' 전남 드래곤즈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으나 한국 축구는 파리아스에 흠뻑 매료됐다. 변변한 스타 선수도 없이, 쟁쟁한 팀들을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파리아스 축구를 놓고 팬들과 언론들은 '매직' '마법' '기적'이란 표현으로 벅찬 감동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파리아스는 이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과연 스스로 동의하고 있을까.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도 "No"였다. 포항 축구에 단 한 번도 매직과 기적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지난 23일 포항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파리아스 감독은 "내가 머물렀던 3시즌 동안 기적이 따라준 적은 없었다. 지난해 우승했을 때 운은 따라줬지만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우승은 때가 됐기 때문이고,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기 때문에 파리아스는 언론과 팬들의 입에서 나온 기적이란 표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파리아스는 다른 감독들과 비교되는 것도 싫어한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이 바로 포항이기 때문에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든, 해외파든 마찬가지다. "나는 나 자신이고, 남은 남이다. 포항은 포항일 뿐인데 남들을 왜 의식해야 하지"란 반문에 되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파리아스에겐 자신만의 독특한 'My Way'가 있다. 다가올 시즌 파리아스 감독은 3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과 K리그 정상, FA컵이나 리그 컵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현실이 될 경우 말로만 듣던 '트레블'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불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 물론 순위는 있다. 국내 무대를 한 번 평정했으니 이번에는 아시아 정상을 노리겠단다. 자신이 바라보는 축구가 100%라면 현재 포항은 70%선이지만 도전에 문제될 것은 없다. 파리아스는 전력 보강도 웬만큼 이뤄냈다고 판단한다. 따바레즈는 꼭 붙잡고 싶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영입한 데닐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파비아노 등 다른 용병도 마음에 든다. 정성룡, 황지수, 박원재 등 일부 선수들이 재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이들이 '파리아스 축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올 시즌에도 잔류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파리아스는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담담히 말했다. "포항이 항상 우승하는 팀이 아닌, 마지막 한 걸음까지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 다시 말해 끈기를 갖춘 팀이 파리아스가 생각하는 축구다. 굳이 우승하지 못해도 괜찮단다. 하지만 실력이 없어 졌다면 인정해도 노력을 안해 진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파리아스는 항상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포항에 부족한 30%가 바로 이 점이라 지적했다. 포항은 26일 터키 안탈리아로 3주에 걸친 전지훈련을 떠난다. 유럽 현지 클럽과의 몇 차례 평가전을 통해 새로운 색채를 입힐 참이다. 매직이 아닌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파리아스 감독의 발걸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yoshike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