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하승진 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오는 29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릴 2008 KBL 신인 드래프트에 농구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 드래프트에는 한국인 최초로 NBA에 진출한 ‘초특급 폭풍’ 하승진(23)이 참가한다. 신장 221.6cm, 체중 152.0kg으로 측정된 하승진은 역대 한국농구 최장신이다. 2002년 김주성에 이어 데뷔부터 리그 전체에 굉장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초대어 신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하승진 지명권’을 공유하고 있는 구단은 단 4개밖에 없다.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전주 KCC, 인천 전자랜드, 원주 동부, 서울 SK가 25%씩 전체 1순위 지명권의 확률을 확보했다. 하승진과 4개팀 궁합을 전망해본다. ▲ KCC 지난 시즌 창단 첫 최하위로 추락한 것은 KCC에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KCC 입장에서는 올 드래프트가 젊은 피를 수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승진을 지명한다면 향후 10년간 우승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단 한 시즌을 망친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게다가 KCC에는 서장훈이라는 국보급 센터가 있다. 역대 최고의 공격형 센터로 기억될 서장훈이 하승진에게 센터의 각종 노하우를 전수하면 KCC 팀에도, 하승진 본인에게도 여러 모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외국인선수가 ‘2명 보유-1명 출전’이 되는 2009-2010시즌부터는 더블 포스트를 형성할 수 있다. 서장훈뿐만 아니라 허재 감독과 추승균이라는 또다른 한국농구의 전설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하승진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KCC는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없다. 임재현은 슛과 개인 공격이 좋지만 활동 반경이 제한된 정통 센터를 살리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승진의 움직임은 로포스트에 집중돼 있다. 서장훈과 추승균에 하승진이 들어오기 때문에 샐러리캡을 고려할 때 KCC는 수준급 포인트가드를 영입할 길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외국인선수에게 포인트가드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서장훈과 하승진이 함께 뛸 경우 KCC는 팀 스피드가 극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높이가 높아지는 만큼 스피드가 떨어져 상대로부터 집중 공략당할 여지가 생긴다. 그만큼 허재 감독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고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전자랜드 전자랜드는 그 어느 팀보다 구세주가 필요하다. 지난 2003-04시즌을 끝으로 플레이오프와 인연이 끊긴 전자랜드는 좀처럼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희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최근 2시즌 동안 선수층은 많이 두터워졌다. 그러나 대부분 고만고만한 선수들이라는 점이 전자랜드의 딜레마다. 장단점이 겹치는 선수들이 많고, 확실한 해결사가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전자랜드는 하승진에게 그야말로 ‘영웅’이 될 수 있는 팀이다. 전자랜드가 하승진을 지명한다면 단숨에 만년 하위팀에서 우승후보로 뛰어오를 수 있게 된다. 최희암 감독이 연세대 시절 서장훈이라는 특급센터를 키워냈다는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팬 인기도에서 뒤지는 편인 전자랜드 입장에서 ‘하승진 폭풍’은 코트 안팎에서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자랜드에도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하승진은 “프로농구도 10년이 됐고, 모든 팀들에 명가드들이 다 있다. 어느 팀에 가든 명가드 선배님들이 계셔서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실 것”이라고 말했지만, 전자랜드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전자랜드에는 믿을 만한 구심점이 없고 그에 따라 확실한 팀 시스템도 자리 잡지 못했다. 하승진이 가장 부담을 가지게 될 팀이다. 그래도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전자랜드는 하승진이 들어와도 과감하게 또 대대적으로 팀 개편을 단행할 수 있는 팀이라는 점이다. 서장훈·추승균의 KCC, 김주성의 동부, 방성윤·김태술의 SK와 상황이 다르다. 하승진으로서는 단숨에 팀의 에이스가 될 수 있으나 그만큼 부담이 많은 팀이 바로 전자랜드다. ▲ 동부 프로농구 신인선수의 연봉 상한선은 1억 원이다. 그러나 몇몇 구단들은 ‘하승진에 한해 신인선수 연봉 상한선을 적용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마도 김주성이라는 현역 최고선수가 있는 동부를 견제하기 위함일 것이다. 김주성 입단 후 4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동부는 그러나 지난 시즌 각종 불운이 겹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비록 한 시즌을 망쳤지만, 그 대가는 어마어마하다. 만약 동부가 1순위 지명권을 얻어 하승진을 지명한다면 동부는 향후 10년 가까이 프로농구를 지배할 왕조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첫 해에는 신인선수 연봉 상한선이 적용되기 때문에 김주성·하승진에다 기존 알짜선수들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프로농구 흥행을 위해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동부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최강군단을 만들 수 있는 기회다. 비록 동부에도 센터를 살릴 수 있는 정통 포인트가드가 없지만, 김주성이라는 스피드와 탄력을 두루 갖춘 최고의 수비형 빅맨 파트너가 있어 하승진이 리그에 보다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김주성과 하승진은 지난해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더블 포스트를 형성해 국제대회에서도 매우 위력적인 조합임을 입증했다. 또한, 동부도 빅맨들의 더블 포스트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팀 시스템이 굳어질대로 굳어진 팀이라 하승진이 적응하기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하승진이 프로무대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동부만큼 좋은 조건도 없다. 동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리그 전체적으로 볼 때 나머지 팀들에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 ▲ SK 딱 한 시즌을 망치고도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은 동부나 KCC 그리고 만년 하위팀으로 있던 전자랜드와 비교하면, SK의 사정은 중간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김태술을 지명하는 등 최근 몇 년간 드래프트 운이 좋았던 SK는 그러나 전자랜드보다도 더 오래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다. 기회는 많았으나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올 시즌에는 그래도 어느 때보다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이 높다. 팀을 재건하는 밑바탕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 하승진이 들어온다면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미 SK는 확실한 포인트가드 김태술, 확실한 득점기계 방성윤이라는 ‘원투펀치’가 있어 하승진이 느낄 부담도 적다. 대학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김태술은 센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프로무대에서 많이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성윤의 외곽포는 하승진에 집중된 수비 부담을 덜어주고도 남을 것이다. 전력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동부나 KCC보다도 더 좋을 수 있는 조건이다. SK도 김태술-방성윤-하승진이라는 사상 최고의 토종 라인업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갈 수 있다. 물론 향후 몇 년이 지난다면 제한된 샐러리캡을 고려할 때 고민의 여지가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토종 라인업을 놓고 볼 때에는 외국인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방-술-하 트리오’로 토종 트로이카 농구를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SK가 서울을 연고로 하는 빅마켓이라는 점에서 관중 동원 및 마케팅에서도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SK가 하승진을 데려갈 경우에도 동부처럼 나머지 팀들에 충격과 공포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