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런던, 이건 특파원] 토튼햄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 그는 만으로 31세다. 이 나이의 축구선수에게 '성장하고 있다' 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동안의 축구 경력에서 성장이 크게 없었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30대가 넘었으니 체력이나 개인 전술이 아닌 이제 경험쪽으로만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 있다' 는 수식어를 이영표에게 붙일 수 있는 것은 현장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TV에서와는 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의 이영표는 공격이 수비보다 앞서는 선수였다. 토튼햄의 마틴 욜 전 감독은 PSV 아인트호벤에서 뛰던 모습에 매료돼 그를 영입했다. 특히 지난 2005년 피스컵에서 최전방까지 거침없이 오버래핑하던 그의 모습은 네덜란드인 감독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그 결과 이영표는 2005~2006시즌 초반 토튼햄으로 이적했다. 이영표는 헛다리짚기로 상대의 눈과 발을 무력화시켰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상대보다 한 뼘이나 작은 선수가 현란한 개인기를 통해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본 많은 팬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이영표 하면 헛다리짚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그의 공격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당시 영국 언론들도 수비보다는 이영표의 크로스와 돌파에 높은 비중을 두면서 좋은 평점을 매겼다. 평점 자체가 일개 기자들의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인상적인 공격을 펼쳤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욜 감독도 "이영표는 언제나 나의 첫 번째 선택" 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그러던 그가 2006년에 접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팀 경기를 거의 모두 소화하면서 월드컵 준비를 위한 잦은 한국행, 그리고 월드컵.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 데다 여름에 AS 로마행이 불발되면서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친 그는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어려운 시간들을 이겨냈고 결국 다시 주전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이영표에게는 변화가 있었다. 바로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게 된 것. 자연스레 TV 중계 화면에서 이영표는 사라졌고 많은 팬들과 언론은 그런 이영표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작은 선수가 큰 선수들을 무력화시키는 모습이 보지 못하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영표의 변화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우선 이영표의 활발한 오버래핑을 가능하게 했던 에드가 다비즈가 팀을 떠났다. 그가 떠나고 디디에 조코라가 영입됐지만 다비즈와는 다른 스타일이다. 여기에 스티드 말브랑크 역시 공격 성향이 짙다. 말브랑크는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에 깊이 들어가면서 골을 노리는 공격 성향이 짙다. 자연히 이영표로서는 수비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도 이영표는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이영표는 지난 2006년 9월 아시안컵 예선에 출전한 뒤 영국으로 출국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말브랑크가 지나치게 공격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말브랑크 및 팀원 전체와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전술을 의논한다" 며 상황에 맞게 자신의 임무를 조정한다고 대답했다. 여기에 이영표의 성장이 있다. 이제 이영표는 팀 상황에 맞는 역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는 것. 예컨대 시즌 초 개러스 베일과 함게 왼쪽 라인에 포진했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레딩전에서는 경기 중간 스리백의 일원으로 중앙 수비수로 잠시 활약하는 등 감독의 주문과 성향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영표 역시 최근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감독이 원하는 것에 맞춰서 뛰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한 바 있다. 체력적이나 기술적으로도 한층 더 성장했다. 최근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이영표는 상대 공격수보다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알렉산더 흘렙이나 시어 월콧 등 이영표와 맞붙는 상대들이 모두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임에도 기술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고 무력화시키고 있다. TV 카메라에는 많이 잡히지 않지만 분명 성장한 모습으로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는 이영표. 그는 이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라 할 수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오는 27일 오후 11시 올드 트래포드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