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차 김민재, 한화의 '보이지 않는 힘'
OSEN 기자
발행 2008.01.27 11: 29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유격수 김민재(35)는 올해로 어느덧 18년째를 맞는 베테랑이다. 지난 1991년 부산공고를 졸업하고 롯데에서 데뷔한 지 어느덧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바뀌어도 두 번 바뀔 때가 다 됐다. 하지만 변함없이 김민재는 ‘건실한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올해로 한화에서 3년째를 맞는 김민재는 주장이라는 직책까지 맡았다. 지난해 구단 납회식에서 선수들로부터 주장으로 선출된 김민재에게 2008년은 매우 특별한 한 해가 될 조짐이다. 검증된 유격수 김민재는 지난 17년간 단 한 번도 골든글러브를 차지하지 못했다. 김민재가 활약한 기간 동안 유격수 부문에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1990년대에는 이종범과 유지현에 밀렸으며 2000년대에는 박진만이 등장해 김민재를 가로막았다. 김민재는 언제나 2인자였다. 올스타에도 2004년·2007년, 고작 두 차례만 뽑혔을 뿐이다. 2인자는 숙명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없는 위치다. 김민재는 양준혁처럼 프로야구사에 길이남을 대기록을 작성한 선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도 아니다. 하지만 어느 팀에서든 환영받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김민재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했던 200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 참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김민재가 어느 팀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팀에 전혀 해가 되지 않는 검증된 유격수이기 때문이다. 검증의 또 다른 의미는 꾸준함이다. 김민재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격수로는 가장 많은 1892경기에 출장했다. 올 시즌 안으로 대망의 2000경기 출장도 가능하다. 특히 김민재는 유격수로 출장한 경기가 1653게임이다. 유격수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한 선수도 다름 아닌 김민재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3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서른줄에 접어든 지난 6년간 김민재는 결장 경기수가 겨우 24게임밖에 되지 않는다. 역대 출장 경기수에서도 당당히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더 놀라운 대목이다. 게다가 이제 김민재보다 먼저 프로에 데뷔해 현역으로 남아있는 선수는 송진우(42) 김동수(40) 조웅천(37) 이상목(37) 최향남(37) 등 단 5명밖에 되지 않는다. 같이 프로에 데뷔한 선수도 전준호(39) 박경완(36) 김원형(36)뿐이다. 베테랑이 많은 한화에서도 김민재는 송진우 다음으로 오래 뛰었다. 하지만 누구도 김민재가 나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민재는 타격보다는 수비가 돋보이는 이른바 ‘수비형 유격수’이다. 박진만이 '말도 안 되는' 타구를 아무렇지 않게 처리한다면 김민재도 그에 못지않은 유격수 수비를 자랑한다. 수비범위가 비교적 넓고 까다로운 타구를 무난하게 잘 처리한다. 송구의 스피드와 정확도도 뒤지지 않는다. 화려함은 없지만 내실이 꽉 차있다. 그러나 실책은 243개로 역대 통산 1위다. 유일하게 통산 실책 200개가 넘는다. 하지만 근년에는 30대 중반 베테랑 유격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비가 양질로 뛰어나다. 그러나 타격은 들쭉날쭉한 편이었다. 통산 타율은 2할4푼9리에 불과하지만 2001년 롯데에서는 비록 규정타석을 채운 것은 아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3할 타율(0.301)을 기록했다. 2004년 SK 시절에는 프로야구 최다 9연타석 안타도 쳤다. 타격 능력은 롤러코스터 경향이 강하지만 매년 20개 이상 기본으로 기록하는 등 희생타가 통산 266개나 된다. 팀 배팅에 능하고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나 어느 팀에서도 무난히 잘 녹아들 수 있는 선수가 바로 김민재다. 한화의 구심점 2001시즌을 마치고 ‘고향팀’ 롯데에서 FA로 풀린 김민재는 4년간 1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SK에 새둥지를 틀었다. 당시 롯데와의 1억 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SK에서 4년간 충실하게 제 몫을 했다. 4년간 11경기만 결장하며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이 기간 동안 타율은 2할5푼3리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화는 김민재의 수비력을 높이 평가했다. 2005시즌을 마치고 김민재는 다시 SK에서 한화로 팀을 옮겼다. 4년간 14억 원이라는 첫 번째 FA 계약 때보다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김민재는 한화의 첫 외부 FA 영입선수이기도 했다. 2006년 김민재는 2할1푼1리라는 극악의 타율을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38명 중 가장 낮은 타율이었다. 이미 김민재는 2003년에도 2할1푼1리의 타율로 규정타석을 채운 40명 중 최하위 타율을 기록한 바 있다. 김민재는 역대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두 차례나 규정타석 타율 최하위를 기록한 선수다. 하지만 2006년 김민재는 안정된 유격수 수비를 바탕으로 화약고와 같았던 한화 내야를 떠받쳤다. 그해 한화는 당당히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고 그 이면에 내야수비 강화를 이끈 유격수 김민재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었다. 2005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기록했던 한화는 2006년 최소실책 4위팀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는 김민재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 한 해였다. 11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3리·6홈런·47타점으로 활약했다. 팀에서 3번째로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필요할 때마다 출루하고 적시타를 때렸다. 특히 득점권 타율은 3할5푼2리로 리그 전체 유격수 중 가장 높았다. 김민재는 한상훈과 유이하게 지난해 한화에서 타격에 발전을 보인 선수였다. 또한, 수비에서도 김민재는 실책이 19개로 다소 많았지만 자살(161개)·보살(333개)이 권용관(177개·379개) 다음으로 많았고 수비율은 9할6푼3리로 박진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07년 한 해만 놓고 볼 때에도 공수양면에서 김민재는 박진만에 이은 명실상부한 유격수 2인자였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믿을 만한 유격수가 부족했던 한화에게는 2인자 유격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김민재는 지난해 납회식에서 타자부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곧장 주장으로 선임됐다. 전임 주장 정민철이 투수부문상을 수상하고, 새 주장 김민재가 그대로 주장 완장을 넘겨받는 순간이었다. ‘순혈주의’ 성향이 강한 한화에서 이제 입단 3년차를 맞은 김민재가 주장직을 부여받은 것 자체가 한화 팀으로나 김민재 개인으로나 적잖은 의미를 시사한다. 지난해 김민재는 전임 주장 정민철과 함께 투타에서 한화를 대표하는 베테랑으로 맹활약하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과 힘을 키워 기술적으로 테이크백을 짧게 해 타격을 향상시키는 등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발전했다. 김민재가 입단한 지난 2년간 한화는 전력이 비교적 탄탄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그렇지 못하다. 노장들이 하나둘씩 고장이 나기 시작했고, 더딘 세대교체는 금방이라도 팀의 발목을 잡아 넘어뜨릴 듯하다. 하지만 베테랑 김민재의 역할은 한화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다. 유격수로는 2인자에 머물렀으며 한화에서도 전설적인 프랜차이즈 베테랑들에 가렸지만, 김민재는 언제나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했다. 한화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자리매김한 김민재에게 한화팬들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크다. 새주장이 된 김민재에게도 이제는 더 많은 기대와 스포트라이트가 향하고 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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