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최근 프로야구는 투고타저의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선수도 이 같은 조류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2008시즌 참가가 확정된 외국인선수 14명 가운데 10명이 투수다. 특히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과 LG는 외국인선수를 모두 투수로 확정했다. 두산은 2004년을 마지막으로 외국인 타자와의 인연을 끊었고 LG도 1년 만에 다시 투수 2명으로 외국인선수 인선 작업을 마무리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서울 구단들에 외국인 타자는 점점 더 외면받고 있는 분위기다. 과연 잠실구장은 외국인 타자들의 무덤일까. ▲ 거포는 우즈밖에 없었다 잠실구장은 투수친화적인 구장이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장인 만큼 장타에 대한 부담이 적다. 반면 장거리 타자들은 잠실의 드넓은 외야가 부담스럽다. 물론 발 빠른 단거리 타자들은 오히려 광활한 외야 그라운드를 활용해 2루타와 함께 3루타까지 종종 만들어내지만, 발이 빠르지 않은 장거리 타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외국인선수에게 ‘슈퍼맨급’ 활약을 바라는 국내무대 풍토상 외국인 타자들은 대개 거포들이 영입된다. 그러나 잠실구장에서 대성공한 외국인 타자는 흔치 않았다. 두산·LG에서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타자가 4명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잠실구장은 비단 외국인 거포뿐만 아니라 토종 거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높은 산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한 시즌 30홈런을 넘긴 선수는 역대를 통틀어서도 단 4명밖에 되지 않는다. 두산에서는 타이론 우즈를 비롯해 심정수와 김동주 그리고 LG에서는 이병규가 30홈런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2001년 우즈를 마지막으로 잠실구장에서 한 시즌 30홈런을 넘긴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02~2003년 김동주가 2년 연속으로 20홈런 이상 넘긴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토종선수들은 20홈런도 넘기지 못했다. 김동주가 거포로 인정받아야 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잠실구장에서 성공한 외국인 거포는 우즈밖에 없다. 우즈는 5년간 614경기에서 174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데뷔 첫 해였던 1998년에는 42홈런으로 시즌 신기록도 세웠다. 이후에도 우즈는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넘겼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4년 연속 홈런 30개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이승엽과 우즈밖에 없다. 우즈는 마지막해였던 2002년에도 25홈런을 기록했다. 통산 장타율이 0.574에 달하며, 두 시즌이나 6할대 장타율 이상을 마크했다. 우즈는 잠실구장에서도 장기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즈의 위력은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서도 계속됐다. 우즈는 일본에서도 5년간 684경기에서 205홈런을 때려냈고, 장타율은 0.583을 마크하고 있다. 잠실구장 효과를 무시할 정도로 우즈의 위력은 대단했다. ▲ 과연 실패밖에 없었나 우즈와 함께 한국에서 장기간 성공한 외국인 타자로는 제이 데비이스, 펠릭스 호세, 클리프 브룸바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외국인선수의 성공에 대한 기준은 언제나 대성공한 선수들로 이루어진다.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첫 해부터 우즈의 대성공을 발판으로 잠실구장에서도 외국인 거포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나 애초 토종거포들도 많지 않았던 잠실구장이었다. 외국인 타자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첫 해부터 우즈가 지나치게 잘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한 외국인 타자들이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두산과 LG에서 활약하며 잠실구장으로 홈으로 사용한 외국인 타자는 모두 17명. 두산은 5명, LG는 13명이 거쳐갔다. 이지 알칸트라는 2003년에 LG에서 활약하고 이듬해 두산에서 활약했다. 두산과 LG를 모두 거친 유일한 외국인선수이기도 하다. 이들 중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OPS가 8할을 넘긴 타자가 7명이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2명이 시즌 중 퇴출을 당했다. 2000년 짐 테이텀과 2001년 댄 로마이어는 가지고 있는 기량을 다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2002~2003년 매니 마르티네스와 2005년 루 클리어는 성공작이었다. 2000년 찰스 스미스는 후반기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이후 타율 3할1푼4리·15홈런·43타점으로 폭발력을 과시했다. 단기간이었지만 스미스는 우즈 다음 가는 임팩트를 발휘했다. 물론 대체적으로 실패 사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시즌 시작과 함께 한 외국인 타자 15명 중 7명이 시즌 도중 퇴출의 비운을 맛봤다. 실패 확률이 절반에 가깝다. 두산은 우즈가 대성공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모조리 실패했다. 1998~1999년, 2년간 활약한 에드가 캐세레스는 2년 연속 2할5푼을 때린 전형적인 수비형 선수였다. 이외에도 트로이 니일, 마이클 쿨바, 케빈 대톨라, 톰 퀸란, 브렌트 쿡슨, 알 마틴, 루벤 마테오는 실패작이었다. 주니어 펠릭스는 1998년 첫 해에는 인상적이었으나 재계약에 성공한 이듬해에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이 정도 실패 사례는 나머지 팀들도 다르지 않다. 잠실구장이 실패의 이유만은 아니다. ▲ 잠실벌의 외국인 타자 지난해 LG에서 활약한 페드로 발데스는 당분간 마지막 잠실벌 외국인 타자로 남게 됐다. 발데스는 지난해 11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3리·13홈런·72타점을 기록했다. 볼넷은 70개로 리그 전체 8위였으며 출루율은 3할8푼1리로 리그 공동 12위였다. 그러나 장타율(0.407)은 전체 28위에 불과했고, 홈런은 리그 공동 18위였다. 발데스는 후반기 39경기에서 8홈런에다 장타율 0.582를 기록하며 뒤늦게 장타력을 발휘했으나 상대 팀에게 거포로서 큰 위압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LG 김재박 감독은 발데스의 장타력에 수시로 아쉬움을 표했고 이는 재계약 실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당분간 서울구단들에게서 외국인 타자를 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은 2006년 ‘두점 베어스’로 불리던 시절에도 외국인 타자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외국인 투수들이 워낙 잘한 것도 있지만 타자보다는 투수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타자들이 잠실구장에서 실패한 것이 전적으로 잠실구장의 탓으로만은 볼 수 없었지만 투수들이 잠실구장의 덕을 본 것이 사실이었다. 2005년 전반기와 후반기 성적이 극과 극이었던 다니엘 리오스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물론 지난해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후 중도 퇴출된 팀 하리칼라 같은 실패도 있다. 하지만 야구에 ‘절대’란 없다. 당분간 잠실벌 외국인 타자는 보기 어렵겠지만, 언젠가 제2의 우즈가 나타나기는 나타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