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홍포’ 홍성흔이 점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한때 홍성흔의 유력한 이적 후보팀이던 한화는 일찌감치 발을 뺐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포수로서 홍성흔의 실력은 쓸 만하지만, 여건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감독은 팀 내 젊은 포수들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인식 감독 부임 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나간 한화가 최후의 방점을 찍지 못한 것도 알고 보면 특급포수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검증된 베테랑 포수를 거절한 채 자체적으로 특급포수를 길러내겠다는 태세다. ▲ 포수 '약소국' 한화 포수 자리는 언제나 손만 뻗을 수 있으면 닿을 수 있으며, 한 가지 기술만으로도 꿰찰 수 있는 매력적인 일자리였다. 전신 빙그레 시절에는 유승안이라는 대표적인 공격형 포수가 있었지만 1994년 한화로 팀명을 바꾼 이후에는 포수가 아킬레스건이 되고 말았다. 김상국·조경택·강인권·김충민 등 수비형 포수들이 차례로 안방을 지켰지만 딱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지난 2004년에는 외국인선수 엔젤 페냐가 사상 첫 외국인 포수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두산에서 포수로 데려왔던 이도형은 어느덧 지명타자가 되어있었다. 두산이 포수 강대국이라면 한화는 포수 약소국이었다. 물론 한화도 포수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주전포수 신경현이었다. 지난 1998년 2차 1번으로 한화에 입단한 신경현의 계약금은 무려 2억4000만 원이었다. 이는 지금도 한화 포수 계약금 최고액으로 남아있다. 군산상고 시절 타격에서도 재능을 보였던 신경현은 동국대 진학 이후에도 진갑용(삼성)·조인성(LG)과 함께 대형포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신경현은 치명적인 허리부상을 당하며 프로 데뷔 초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신경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한화 포수 자리는 다시 춘추전국시대요, 무주공산이 되고 말았다. 한화가 일약 포스트시즌 컨텐더로 발돋움한 뒤에도 포수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못했다. 상무에 입대한 이후 2004년 복귀한 신경현이 주전을 꿰차며 활약했지만, 우승 전력으로는 2% 모자랐다. 지난해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깨끗하게 3연패한 것도 신경현이 두산의 '육상부'를 저지하지 못한 탓이었다. 당시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두산은 도루 7개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페넌트레이스 도루저지율 2위(0.374)였던 신경현의 도루저지율은 제로였다. 김인식 감독은 “포수가 부진했다. 신경현은 볼이 오면 눈을 감는 것 같다”고 못 미더워했다. ▲ '안방'도 세대교체 포수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2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숙원을 풀지 못한 삼성은 진갑용이라는 대형포수가 자리매김한 이후 3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1990년대 LG의 신바람 야구에는 김동수라는 공수겸장 특급포수가 있었다. SK가 신생팀의 티를 벗고 강팀으로 발돋움한 데는 박경완이라는 사상 최고의 포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포수의 발전은 곧 팀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반대로 포수의 몰락은 곧 팀의 몰락과 같다. 지난 3년간 한화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것 역시 신경현이 투수 리드와 수비에서 공헌한 덕분이다. 그러나 어느덧 신경현의 나이는 33살이며 그를 뒷받침하는 심광호도 31살이다. 한화가 홍성흔이라는 검증된 국가대표 포수를 거절한 것도 그의 나이와 무관하지 않다. 홍성흔도 31살 베테랑이다. 포수는 장기 집권할 수 있는 포지션이지만 부상이라는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포수 본능을 상실할 경우에는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다. 투수진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한화는 신경현-심광호의 ‘SKH’ 조합이 홍성흔 하나에 뒤질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이 기회에 포수진 세대교체도 노리고 있다. 신경현과 심광호는 장단점이 뚜렷하고, 나이가 들어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차피 젊은 포수들을 키워야 한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 5년간 2차 지명에서만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6명의 포수를 뽑았다. 김인식 감독은 구단에 “정범모를 한 번 키워볼 것”이라고 전했다. 청주기계공고 출신 정범모는 2006년 2차 3번으로 지명된 유망주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송구능력을 인정받았고 타격능력도 수준급이라는 평이다. 지난해 2군 리그 71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8홈런·31타점을 기록했다. 도루도 9개나 기록했다. 2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과 함께 김태완 다음으로 높은 장타율(0.454)을 마크했다. 이제 겨우 고졸 3년차밖에 되지 않은 선수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이 평가되고 있다. 당장 1군 무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기는 쉽지 않겠지만, 김인식 감독이 눈여겨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정범모뿐만 아니다. 2004년 2차 3번으로 입단한 공주고 출신 박노민, 2008년 2차 2번으로 지명된 성균관대 출신 대졸신인 이희근 등도 포수 세대교체 주역으로 주목해 볼 만하다. 특히 국가대표 출신인 이희근은 최근 5년을 통틀어 한화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지명된 포수로 계약금도 1억 원이다. 2008년 2차 지명 포수 가운데 최대어로서 투수리드 및 수비력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박노민은 지난해 상무에서 용덕한에 밀려 주전 마스크를 많이 쓰지는 못했지만 군문제를 해결한 가능성 있는 젊은 23살 포수라는 점에서 구단이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다. 젊은 포수를 1군에서 중용한다는 것은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은 도박이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과거 쌍방울 시절 연습생 출신 포수 박경완을 1군으로 올린 장본인이었으며, 두산 시절에는 홍성흔을 밀어주었다. 모두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밀어준 것이었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올 전지훈련을 ‘새 얼굴 발견’으로 규정한 김인식 감독은 젊은 포수들을 주목함과 동시에 기존의 신경현과 심광호에게도 자극을 불어넣고 있다. 한화에 부임한 이후 김 감독은 포수들에게 질책과 잔소리가 많아졌다. 한화의 포수 강화를 향한 김 감독의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