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허정무호가 베일을 벗는다. 그 대상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53) 감독이 이끄는 칠레다. 어쩌면 단순한 평가전에 불과한 칠레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허정무(53) 감독 본인도 "칠레전은 단순한 평가전일 뿐이며, 포커스는 월드컵 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건만 그 관심은 줄어들 줄 모른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3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세대교체, 전술변화, 그리고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간접 비교다. ▲ 바꿔 다 바꿔... 22명 중 8명이 새로운 얼굴 허 감독은 1기를 소집하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구자철 곽태휘 박원재 조용형 조진수 황재원 등은 '허정무의 아이들'로 불리며 새로운 대표팀을 이끌어갈 새 얼굴로 손꼽히고 있다. 이들은 이름값보다는 철저한 실력 위주로 선발된 선수들이지만 A매치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그런 선수들에게 칠레는 반가운 상대다. 허 감독도 칠레가 반가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FIFA 랭킹 등 객관적인 전력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주전 도약을 꿈꾸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A매치 경험이 없는' 허정무의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9일 파주 NFC에서 가진 훈련에서 허 감독은 A조(주전)에 김남일 김병지 박주영 외에는 새 얼굴로 채우며 훈련의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칠레전에서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는 허 감독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3백? 4백? 한국에 맞는 전술을 찾아라 과거 허 감독은 "3백이라고 무조건 낡은 전술은 아니며, 4백이라고 새로운 전술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27일 파주 NFC에서 첫 훈련을 가진 뒤에는 "칠레전에서 한국에 맞는 수비전술을 찾겠다"고 공언했다. 허 감독은 칠레전에서 전반은 3백으로 후반은 4백으로 수비진을 펼칠 생각이다. 3백으로 가게 되면 강민수 곽희주 황재원이 중앙 수비수를 보게 되고, 4백으로 변화를 줄 경우 곽태휘 조성환이 중앙수비수를 맡고 양 풀백으로 김치우 조원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해 허 감독은 칠레와 평가전의 선수교체를 6명으로 합의했다. 칠레전 수비 전술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역시 이번 결정에 따라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 임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이 공격적인 4백으로 변화를 모색했기에 허정무 감독과의 색깔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간접 비교 칠레는 26일 일본에서 열린 기린 챌린지컵에서 오카다 다케시(52) 감독이 이끄는 일본대표팀과 0-0의 무승부를 거뒀다. 칠레전을 통해 라이벌 일본대표팀과 간접 비교를 하는 셈이다. 칠레는 전방부터 시작되는 끈질긴 압박과 남미 특유의 개인기가 뛰어난 팀이다. 오카다 감독의 일본대표팀은 공격이 단조롭다는 평을 받으며 빈공에 시달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26일 경기가 끝난 후 오카다 감독은 "활발한 측면 공격이 필요했다"고 견해를 밝혔다. 허 감독도 칠레의 측면이 약하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종민과 박원재가 맡은 측면을 시작으로 조진수의 빠른 움직임에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벤치에서는 정조국, 염기훈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팀이 작년 7월 아시안컵 인도네시아전에서 김정우의 골 이후로 오랫동안 골 가뭄에 시달렸기 때문에 화끈한 득점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 감독은 1기 멤버들로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치를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2월 23일 허정무호는 일본과 맞대결을 하게 된다. 30일 칠레와의 평가전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