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올 스토브리그에서 LG의 화두는 변신이다. 많은 선수들이 포지션과 타격폼 및 투구폼 변신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던 LG로서는 변화를 통한 전력 극대화가 살 길이다. LG에서 변화가 필요한 선수는 또 하나 있다. 바로 좌완 봉중근(28)이다. 몇몇 팬들은 신일고 시절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준 봉중근에게 동기 김광삼처럼 타자 전향을 권유하고 있지만 봉중근은 변함없이 글러브를 놓지 않고 있다. 1997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봉중근은 4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는 등 36타수 18안타, 타율 5할로 타격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지금 봉중근은 투수다. 마운드에서 승부를 볼 작정이다. 쓰라린 실패 봉중근은 2006년 5월, 미국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계약금 10억 원, 연봉 3억5000만 원 등 총액 13억50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LG에 입단했다. 일찌감치 국내 복귀를 결정한 만큼 준비시간도 많았다. 2006년 LG가 창단 첫 최하위의 수모를 당할 때 봉중근은 2007년을 겨냥하며 담금질에 여념이 없었다. 최하위에 허덕이던 LG 팬들에게 봉중근은 선물꾸러미를 가득 안고온 산타클로스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이미 신시내티에서 방출될 때부터 봉중근의 구위는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 2004년 어깨 수술로 구속도 저하됐다. 봉중근은 강속구 투수에서 기교파 투수로 변해야 했다. 봉중근의 국내무대 데뷔 첫 해는 쓰라린 실패였다. 24경기에서 111⅔이닝을 던져 6승7패 방어율 5.32라는 평범한 성적을 냈다. 몸값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었다. 2007년 한 해만 놓고 봤을 때 LG는 봉중근의 1승에 2억2500만 원을 투자한 셈이었다. 투자 대비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봉중근보다 준비기간이 현저히 짧았고, 몸값도 매우 낮았던 이승학(두산)과 송승준(롯데)이 시즌 후반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이승학이 선발·불펜을 모두 넘나들며 두산의 2위 수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 봉중근은 LG의 4강 싸움에서 별다른 공헌을 하지 못했다.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실망이었다. 사실 출발은 좋았다. 4월 한 달간 4경기에서 25이닝을 던져 2승 방어율 1.80을 기록했다. 과거처럼 삼진을 많이 잡지 못했지만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상대했다. 그러나 5월4일 잠실 두산전에서 안경현과 빈볼 시비가 붙은 후부터 급락했다. 5월 이후 성적은 4승7패 방어율 6.33에 불과했다. 봉중근은 “미국에서부터 5월 징크스가 있었다”며 빈볼 시비와 그 이후부터 시작된 부진을 결부짓는 세간의 평가를 부정했다. 하지만 빈볼시비를 떠나 봉중근의 구위가 기대 이하였다. 4월의 호투도 결코 타자를 압도한 것은 아니었다. 양상문 투수코치는 “본인에게 훈련을 맡긴 게 실수였다”고 말했다. 부활의 조건 지난해 봉중근은 경기를 치를수록 약점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평균 구속이 시속 140km 안팎으로 위력적이지 못한 데다 제구력이 핀포인트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확실한 결정구마저 없었다. 오히려 타자들의 입맛에 맞는 높은 코스로 공이 형성돼 장타를 많이 맞았다. 피안타율이 무려 2할8푼9리나 될 정도로 타자들에게 통타를 당했고, 9이닝당 사사구도 4.84개에 이를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훈련이 부족했다”는 양상문 투수코치의 평가에는 2004년 9월 어깨 수술 받은 이후 2년간 공을 제대로 뿌린 기억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준비기간이 길었지만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데에도 그만큼 시간이 걸렸다. 부활의 가장 큰 조건은 역시 충분한 체력 만들기다. 어깨 부상 이후 더 이상 강속구를 뿌리기 어렵지만 구위가 형편없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데에는 훈련 부족과 경기 감각의 부재가 컸다. 하지만 올해에는 다르다. 가을 마무리훈련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 김재박 감독은 가을 마무리훈련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투수 중 하나로 봉중근을 지목했다. 봉중근 역시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스스로가 훈련 부족을 느꼈고 또 지난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느낀 부분이 많다. 비록 한 차례 2군에 다녀오기는 했지만 2년간의 공백기를 딛고 풀타임을 소화한 것도 의미있었다. 기술적으로도 보완이 필요하다. 봉중근은 지난해 마지막 5경기에서 19⅔이닝을 던져 1승1패 방어율 2.75로 비교적 호투했다. 특히 8월25일 문학 SK전에서 선발등판해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챙겼다. 시즌 막판 양상문 투수코치의 지적으로 상체 이동을 간결하게 한 뒤 제구력이 어느 정도 안정된 결과였다. SK전은 소위 말하는 ‘공이 긁히는 날’이었다. 탈삼진을 6개나 잡아낸 것도 제구력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그러나 8월31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2⅓이닝 동안 볼넷을 5개나 남발하며 조기강판됐다. 제구력이 얼마나 보완됐느냐가 봉중근의 관건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다 봉중근은 지난해 4월17일 잠실 한화전에서 국내 데뷔 첫 승을 거둔 후 “15승을 하고 싶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는 봉중근이 생각한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봉중근 자신도 자신이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시즌 후 연봉도 무려 1억 원이나 깎였다. 그러나 연봉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잡음은 없었다. 봉중근 스스로도 자신의 활약이 미진했음을 인정하고 올 시즌을 벼르고 있는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시즌 직전까지 봉중근은 선발과 마무리라는 노른자위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올 겨울에는 다르다. 현재 LG에서 선발 자리를 보장받은 투수는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과 제이미 브라운 그리고 박명환이다. 남은 두 자리를 놓고 봉중근은 팀 동료·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1년 만에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위상이 몰라볼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1년간의 아픔으로 봉중근은 초심으로 돌아갔고 또 한국야구를 많이 배웠다. 외국인 투수들은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해외파’ 봉중근도 들어올 때에는 웬만한 특급 외국인선수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외국인선수라면 이미 한국을 떠났을 운명이지만, 다행히 봉중근은 한국에서 끝장을 봐야한다. 아직 봉중근은 LG에서 할 일이 많은 선수다. 2007년을 스스로 ‘적응기’라고 규정한 봉중근에게 과연 2008년은 부활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