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새로이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이 못하면 다시 기존 선수들을 불러들일 것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대한 허정무 감독의 단호한 대답이었다. 현 멤버들에게 보낸 무한한 신뢰. 하지만 허 감독의 믿음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30일 오후 8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올해 첫 A매치에서 한국은 후반 9분 곤살로 피에로에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소집된 지 사흘 밖에 지나지 않은 탓인지 전체적으로 몸놀림이 무거웠다. 기대했던 뉴 페이스들의 활약도 저조했다. 선발로 나선 곽태휘(전남) 황지수(포항), 그리고 교체 투입된 조진수(제주) 박원재 황재원(이상 포항)은 칠레전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골키퍼 정성룡(포항) 또한 핌 베어벡 감독 시절에 대표팀 엔트리에는 줄곧 이름을 올려왔지만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던 탓에 이번 칠레전이 공식 데뷔 무대였다. K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이들이지만 A매치 데뷔전이란 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느낌이었다. 각자 포지션에서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려 했으나 아직 2% 부족했다. 곽태휘는 스리백 오른쪽 수비수로 나섰으나 아직 불안정했고, 허정무 감독이 “한국의 가투소”라고 극찬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황지수는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불안한 플레이를 자주 연출했다. 특히 이관우를 대신해 후반전 교체 투입된 ‘제2의 박지성’ 박원재는 우리 진영 정면에서 한 번에 날아든 스루 패스를 받고 문전을 파고 드는 칠레의 플레이메이커 곤살로 피에로의 움직임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유망주에 불과했던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31, 토튼햄 핫스퍼), 설기현(29, 풀햄) 등을 과감하게 대표팀에 발탁했던 허정무 감독이다. 아직은 믿고 기다려줄 때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