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아직 죽지 않았다.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다시 그라운드에 들어선 김병지(38). 유니폼만 다를 뿐 소속팀 FC 서울의 홈 그라운드에 선 모습은 여전히 듬직했다. 30일 오후 8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칠레와의 첫 번째 평가전. 패배는 아쉬웠으나 5년 3개월만에 다시 대표팀 수문장으로 복귀한 김병지는 예의 노련한 플레이로 선방을 거듭, 자신을 믿고 불러준 허정무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통산 62번째 A매치. 전반 21분 수비수와의 호흡 불일치로 미숙한 볼처리를 했던 장면만 제외하곤 김병지는 자신에게 주어졌던 전반 45분간 여러 차례의 위기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K리그 최고 골키퍼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펼쳐냈다. 지난 1995년 6월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리아컵 코스타리카전에서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김병지는 2002년 11월 20일 브라질과 친선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K리그에서의 활약은 돋보였다. 국내 최다 기록인 153경기 무교체 출장을 했고, 역시 통산 최다인 165경기 무실점 기록을 세웠다. 통산 최다 경기 출장 기록(465경기)도 김병지의 몫이었다. 허 감독이 다시 부를 수 박에 없는 이유였다. 김병지는 “나이가 많다고 그라운드를 떠날 생각은 없다. 후배들이 나를 능가할 때 은퇴를 생각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남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는 것도 노장이란 소리를 듣기 싫어서다. 김병지는 지난 29일 파주NFC에서 훈련을 마친 뒤 “대표팀 복귀전을 손꼽아 기다렸다. 글러브를 끼고 있는 동안 모든 열정을 쏟아내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서 있는 동안 그 약속을 지켰음은 물론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