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허정무 감독의 취임 첫 A매치는 아쉽게도 또 한 번의 무득점 경기로 마무리됐다. 지난 30일 저녁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평가전에서 한국은 골맛을 보지못하며 0-1로 패하고 말았다. 지난해 아시안컵 조별리그 인도네시아전서 김정우가 골을 잡아낸 뒤 506분간 계속된 지독한 골 가뭄에 패배라는 결과는 아쉬움을 더욱 가중시켰다. 리더가 없었던 것도 부진한 경기력에 한 몫 했다. 이날 한국은 한양대 동기로 절친한 우정을 쌓아온 김남일(빗셀 고베)과 이관우(수원 삼성)가 나란히 선발 미드필더로 나와 공수를 조율하는 임무를 맡았다. 주장 완장을 찬 김남일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황지수와 함께 호흡을 맞췄고, 이관우는 왼쪽 측면부터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고루 수행하며 프리맨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관우에게는 거의 볼터치 기회가 오지 않았고 김남일의 움직임도 여의치 않았다. 유기적인 공수 흐름이 없었다. 한국의 미드필드 플레이는 이관우가 박원재로 교체된 후반부터 더욱 폭이 좁아졌다. 수비 때 김남일의 부담만 한층 가중됐을 뿐 실질적인 소득이 없었다. 대신 측면 공격이 좀 활발해진 면은 없지 않았으나 고대했던 한 방을 터뜨릴 해결사는 없었다. 세밀함도 부족했고 그나마 준비했던 세트피스 찬스도 거의 없었다. 최전방 공격수의 무게가 떨어지고 전체 공수를 조율해줄 키 맨이 없는 마당에 허 감독은 김남일을 전진 배치하는 변칙을 구사했으나 역시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다. 허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서 후반 김남일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한 것에 대해 "현 전력에서 어쩔 수 없던 선택"이라며“(김남일은)잘해줬다”고 평가했지만 전적으로 동의를 얻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