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식 단장' 박노준에 시선 집중
OSEN 기자
발행 2008.01.31 07: 48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국 프로야구가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8구단으로 프로야구에 참여하는 투자전문회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네이밍 마케팅'에 의한 '팀 스폰서'라는 파격적인 구단운영 방안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식 단장제를 도입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조짐이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박노준(44) SBS 해설위원을 초대 단장으로 선임했다. 박노준 단장은 야구단 운영은 물론 신인 드래프트·용병선발·FA계약·트레이드 등 팀 전력 구성에도 막강한 실권을 잡을 전망이다. 박 단장은 사상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 출신 단장이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메이저리그식 단장 메이저리그는 ‘단장의 스포츠’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철저히 단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야구단 행정은 물론 팀 전력 구성에도 직접적으로 직접적으로 참여한다. 야구인 출신이 아니라도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들이 단장직을 맡는 것이 관례다. 종종 부단장 또는 보좌역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선수단 운영·평가에서 보좌역할을 할 야구인들을 선임하기도 하는 것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는 상대적으로 감독의 비중이 적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단장은 권한과 함께 책임도 크다. 메이저리그에서 단장들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되거나 사퇴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철저하게 감독 중심으로 야구하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일본은 현장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였다. 현장 감독이 모든 면에서 실권을 좌지우지했다. 특히 팀 전력 구성에 있어서는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때때로 현장과 프런트가 마찰을 빚으면 현장에서는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지금껏 프로야구에서는 현장 출신 단장이 없었고, 프런트가 현장에 관여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낸 건 1990년대 LG를 제외하면 전무했다. 야구단 운영전권은 현장 감독에게 맡기고, 경영 파트에서 사장의 뒤를 받치는 2인자 역할이 단장의 몫이었다. 모그룹 계열사 직원 신분이라 성적에 따른 책임도 거의 지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제8구단에서 야구인 출신 박노준 단장을 선임한 것은 프로야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단장은 고교야구의 실질적인 마지막 슈퍼스타였으며 프로야구에서도 12년간 선수로 활약했다. 현역 은퇴 뒤에는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뉴욕 메츠에서 2년간 연수를 다녀왔고, 이후 지금까지 방송해설자로 야구 현장을 지켰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야구월드컵 기술위원을 역임했다. 현장 감각이 매우 풍부하고, 야구에 대한 해박한 이론과 경영적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박 단장의 역량을 높이 샀다. “구단을 단장 중심으로 체계화시킬 운영 전략과 선수 출신 전문가를 단장으로 위임하려는 인사 전략에 따른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 이장석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의 말이었다. 감독과의 궁합 박노준 신임 단장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최초로 야구인 출신답게 제8구단 전력 구성에도 깊숙히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단장은 “공격적인 야구를 하겠다”는 신임 감독과 같은 포부를 밝혔다. “안정된 자리를 버리고 단장직을 수용했다”고 밝힌 박 단장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수익을 창출하는 야구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정된 재정 안에서 박 단장이 얼마나 팀을 잘 구축할지가 주목되는 대목. 이어 박 단장은 현대 코칭스태프 유임 관련 “아직 결정된 게 없다. 감독은 물론 코칭스태프 유임도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시진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의 제8구단 승선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메이저리그식 단장이 된 박 단장은 궁합이 맞는 감독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단장과 감독은 일종의 공동운명체다. 배가 산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단장과 감독의 궁합이 잘맞아야 한다. 존 슈어홀츠와 바비 콕스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월트 자케티와 토니 라루사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가장 대표적인 팀들이다. 슈어홀츠와 자케티 단장은 지난해를 끝으로 모두 옷을 벗었지만, 감독과 최고의 호흡을 보여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중간관리자로 취급받는 것을 거부한 라루사 감독이 세인트루이스로 옮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자케티 단장 덕분이었다. 자케티 단장은 마크 맥과이어, 에드가 렌테리아, 짐 에드먼즈, 스캇 롤렌을 차례로 현장의 라루사 감독에게 안겨주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자케티와 라루사는 13년간 포스트시즌 진출 7회, 지구우승 6회, 리그우승 2회, 월드시리즈 1회 우승을 합작했다. 선후배 위계질서가 엄격한 우리나라 사정을 비추어 볼 때 실권을 지닌 박 단장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와 궁합이 잘 맞는 감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박 단장에게 김시진(50) 감독은 야구 5년 선배다. 메이저리그식 단장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는 시점에서 ‘파워게임’으로 미묘한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박 단장의 숙제지만 이것을 받아들일 현장 지도자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현장 지도자들 입장에서도 선수수급 같은 제반적인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고, 현장 본연의 선수조련과 함께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박 단장은 감독 고유의 선수기용과 작전권은 감독의 몫이 될 것임을 밝혀두었다. 빌리 빈이 될 것인가 박 단장은 “야구를 아는 단장이 와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투명하게 구단을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수익 창출을 목표로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연간 150~200억 원 정도 적자가 난다는 프로야구에서 말 그대로 꿈에 도전하는 것이다. 지금껏 프로야구에 참여해서 남는 장사를 한 기업은 청보를 50억 원에 매입하고 8년 후 현대에게 470억 원에 넘긴 태평양밖에 없었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에게 전력적인 측면에서는 공격적인 투자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며 그만큼 박 단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박 단장에게는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내는 이른바 ‘저비용 고효율’이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팀 전력은 물론이고 구단 마케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이라는 ‘황금어장’은 그런 면에서 이제 막 출발하는 박 단장에게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전력적인 측면에서는 고민의 여지가 크다. 박 단장에게는 마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과 같은 혜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단이 8개밖에 없는 우리나라 사정에서는 더욱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박 단장은 “차차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거품을 걷어내야 할 것”이라고 구단 슬림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제8구단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황금어장’ 서울의 3번째 구단이자 수익창출과 흑자구조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마지막 고교야구 스타지만 비운의 스타로 기억되는 박 단장에게는 부상과 혹사로 얼룩진 선수 시절의 한을 풀고 다시 한 번 중심으로 설 수 있는 기회다. 국내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 출신 단장이자 메이저리그식 단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현장을 누비게 될 박노준 단장이 한국의 빌리 빈이 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기대가 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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