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수 트리오', KCC 서장훈-하승진 '대항마'
OSEN 기자
발행 2008.01.31 08: 04

[OSEN=이상학 객원기자] 모두가 하승진을 지명한 전주 KCC를 주목했다. 허재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됐고, 그에게는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하승진의 KCC에 가려진 또 하나의 승자가 있었다. 다름 아닌 서울 SK였다. SK는 지난 29일 열린 2008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비록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놓쳤지만 2순위 지명권을 잡는 행운을 잡았다. SK는 2순위 지명권으로 경희대의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26·200.2cm)를 지명했다. SK는 기존 김태술(24·180cm)과 방성윤(26·195cm)에 김민수를 데려와 이른바 ‘김성수 트리오’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SK는 다음 시즌 서장훈 하승진의 KCC '대항마'로 벌써부터 지목되고 있다. ▲ 한국농구의 트리오 프로농구 출범 이래 리그를 장악한 힘은 원투펀치였다. 1997년 원년 강동희-클리프 리드의 부산 기아가 시초였다. 이후 이상민-조니 맥도웰의 대전 현대, 김승현-마르커스 힉스의 대구 동양, 양동근-크리스 윌리엄스의 울산 모비스가 차례로 리그를 장악했다. 프로 출범 후 리그를 장악할 실질적인 힘은 특급 외국인선수였으며, 그 외국인선수를 살리는 최고의 힘이 바로 포인트가드였다. 포인트가드는 프로농구 출범 후 가장 각광받는 포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토종 트리오는 물론 토종 원투펀치를 구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프로농구 출범 전에는 트리오가 실업농구와 농구대잔치를 지배했다. 한국농구 사상 최고의 트리오로 기억되는 허재-강동희-김유택의 ‘허동택 트리오’가 대표적이었다. 포인트가드 강동희, 슈터와 포워드를 넘나든 허재, 센터 김유택은 환상의 호흡으로 기아자동차를 왕조반열로 이끌었다. 기아자동차는 농구대잔치 7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김유택(1987년)·허재(1988년)·강동희(1989년)가 차례로 입단하면서 기아자동차는 농구대잔치 5연패라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다. 왕조 건설의 뼈대가 바로 전설의 ‘허동택 트리오’였으며 그들은 지금도 한국농구 사상 최고의 트리오로 기억된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가장 뜬 트리오는 이상민-조성원-추승균의 이른바 ‘이조추 트리오’였다. 포인트가드 이상민, 폭발적인 슈터 조성원,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추승균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이조추 트리오’는 통합우승 2회, 정규리그 3연패로 대전 현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당시 세 선수 모두 전성기였다. 이후 조성원이 팀을 떠났지만 KCC로 이름을 바꾸고 재회한 2003-04시즌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 우승을 달성했고 이듬해에도 플레이오프 준우승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이조추 트리오’가 함께 한 6시즌 동안 성적은 우승 3회와 준우승 2회 그리고 마지막 시즌 기록한 4강 1회였다. 프로농구 사상 최고의 토종 트리오로 기억될 만한 성적이다. ▲ SK 김성수 트리오 ‘이조추 트리오’는 프로농구 출범 이후 가장 영향력이 큰 토종 트리오였다. 현실적으로 프로농구에서 막강한 토종 트리오를 형성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조추 트리오’도 외국인선수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그들에게는 조니 맥도웰과 찰스 민렌드라는 당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들이 있었다. 국내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외국인선수들에게 의존하는 습성과 버릇을 버리지 못한 상황에서 ‘이조추 트리오’만한 토종 트리오의 탄생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외국인선수 선발제도가 종전 트라이아웃-드래프트로 되돌아가고, 제2의 황금세대들이 프로에 진출하며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올 시즌 6시즌 만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는 SK는 방성윤이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리그에서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가장 낮은 팀 중 하나였다. 포인트가드 김태술과 득점원 방성윤의 힘이 컸다. 특히 방성윤은 외국인선수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며 팀의 실질적인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높이로 위력을 배가시키지 못했다. 김태술과 방성윤을 뒷받침할 제3의 선수가 없었다. 외국인선수 자시 클라인허드가 합류한 이후 상황이 나아졌지만, 국내선수들은 제3의 선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SK는 드래프트에서 김민수를 잡았다. 김민수는 하승진이 아니었더라면 유력한 전체 1순위 후보자였다. 이로써 SK는 김태술-방성윤-김민수로 구성된 막강 토종 트리오를 구축했다. 이른바 ‘김성수 트리오’다. 세 선수 모두 나이가 젊고, 앞으로도 유망한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더욱 커진다. 포인트가드 김태술, 득점원 방성윤, 골밑 김민수로 각자 포지션도 확실하다. 물론 김민수의 경우에는 완전한 골밑 플레이어라기보다는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를 넘나드는 타입이다. 그러나 방성윤과는 겹치는 부분이 극히 적다. 이미 두 선수는 지난해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에서 국가대표팀 원투펀치로 활약한 바 있다. ‘드림팀’ 미국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은 채 가장 공격적으로 달려들었던 선수들이 바로 방성윤과 김민수였다. 그리고 그들을 조율하게 될 포인트가드 김태술이 ‘선패스 후득점’이라는 마인드가 뼛속 깊게 박힌 선수라는 점에서 기대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 서장훈-하승진 '대항마' 부상 하승진의 KCC행으로 많은 이들은 프로농구판의 전력 평준화가 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분간 KCC는 우승후보 0순위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KCC에는 서장훈과 추승균이라는 최고의 베테랑 듀오가 있다. 서장훈은 우리나이 35살이 됐지만, 여전히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은 거친 파울뿐이다. 추승균은 언제나 추승균 그 모습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확실한 정통 포인트가드가 없는 가드진이 적잖은 흠이지만, 높이만큼은 역대 최고라 할 만하다. 서장훈과 하승진이라는 한국농구 사상 최고의 토종 트윈타워를 가동하게 된 KCC는 외국인선수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물론 서장훈과 추승균의 나이가 많고, 하승진의 연봉이 치솟을 경우 샐러리캡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맹점이 있다. 하지만 하승진의 영향력은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메리트가 크다. 그러나 KCC의 천하가 될 것으로 예단할 수 없다. 김주성과 이광재 그리고 윤호영이라는 특급 포워드가 가세하며 세대교체까지 성공한 원주 동부와 더불어 ‘김성수 트리오’가 구축된 SK가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태술-방성윤-김민수 트리오는 향후 10년 가까이 국가대표팀을 이끌어갈 최고의 라인업이다. 미래를 내다볼 때 SK의 장래성이 더욱 돋보일 수 밖에 없다. 하승진의 KCC가 높이를 무기로 한다면, SK는 스피드를 무기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김진 감독이 부임한 SK는 빠른 공수전환을 바탕으로 한 업템포 농구를 펼치고 있다. 김태술과 방성윤은 이 같은 업템포 농구에서 빛을 보고 있다. 김민수 역시 운동 능력이 좋고 공수 전환에 가담할 수 있는 스피드를 지니고 있다. 김민수의 플레이 스타일도 SK와 잘맞는다. SK는 하승진의 KCC를 맞아 스피드로 누를 수 있는 힘이 있다. 특히 다득점 싸움에서 뒤지지 않을 여력이 있다. 김진 감독도 수비전술에 있어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감독이다. 김진 감독은 기습적인 수비 전술에 강하다. 하프코트로 넘어오는 시간을 지체시켜 하승진이 볼을 잡는 시간을 줄이며 위력을 최소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SK는 현재 가장 유력한 KCC 대항마로 분류된다. 장래성과 흥행성 그리고 폭발성까지 모두 다 갖춘 ‘김성수 트리오’를 구축한 SK. 프로농구 출범 후 최고인 ‘이조추 트리오’는 물론이고 한국농구 역대 최고 트리오 ‘허동택 트리오’를 넘어 하승진 천하를 깰 수 있을지 농구팬들의 기대는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향하고 있다. 김민수-김진 감독.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