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와 역대 최소를 기록한 썰렁한 관중석, 여기에 설익은 플레이까지 곁들인 A매치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7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게 된 허정무 감독의 부임 첫 경기였던 지난 30일 칠레와 평가전에서 한국은 극심한 빈공 끝에 0-1로 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발견했으니 용모와 움직임이 닮았다고 '제2의 박지성'으로 불리우는 박원재(24, 포항 스틸러스)의 재발견이었다. 기대대로 박원재는 지난 시즌 포항에서 보여준 것만큼 활약상을 과시했다. 전반 내내 답답했던 한국이었지만 박원재가 투입된 후반전부터 조금씩 분위기를 바꿔나갔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의 배번인 13번을 등에 단 박원재는 4-4-2 포메이션의 왼쪽 풀백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하지만 10분께 김치우와 자리를 바꿔 좌측 미드필더로 올라갔다. 미드필드 진영 한복판에서 공수를 조율해 줄 구심점이 없었고 '홀딩맨' 김남일이 궁여지책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됐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원재는 유독 돋보였다. 빠른 발을 이용한 활발한 측면 공략과 더불어 거침없는 돌파력, 폭넓은 활동량과 적극성, 강인한 체력으로 박원재는 사기가 떨어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인상적인 것은 틀림없지만 박원재를 당장 1순위 주전감이라 손꼽을 수는 없다. 진짜배기 승부는 오는 2월 6일 있을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경기다. 더구나 소속 팀에서 왼쪽 풀백이 주 포지션인 박원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토튼햄 핫스퍼)와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여 나가야 한다. 절대 피할 수 없는 생존 싸움이다.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허 감독은 이전부터 "프리미어리거라고 해서 특혜를 주거나 주전 자리를 당장 꿰찰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한 경쟁 체제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원재에게도 충분히 희망적인 이유다. yoshike3@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