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은 누구나 떨리는 법이다. 태극 마크와 대한축구협회 상징인 호랑이 엠블럼이 새겨진 붉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A매치에 나선 새내기들은 더욱 그랬을 것이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올해 첫 평가전에 나선 허정무 감독의 대표팀은 후반 9분 상대 미드필더 곤살로 피에로에게 결승골을 헌납, 0-1로 주저앉고 말았다. 손발을 맞춘지 고작 사흘째. 7년만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치르는 A매치에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허 감독은 공언대로 여러 명의 뉴 페이스를 기용하며 다양한 틀을 모색했다. 이번 허정무호 1기에 승선했던 새내기들은 총 8명. 이전에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정성룡(포항)과 조용형(성남)을 포함하면 총 10명이 A매치 경험이 없었다. 이들 중 골키퍼 염동균(전남) 등을 뺀 7명이 출전 기회를 잡았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찬스. 승패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지만 이들에게는 매 순간이 절박했다. 모두가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곽태휘(전남)는 수비수로 풀타임 소화했고, 조용형은 수비와 허리진을 오가며 90분을 뛰었다. '3초 박지성' 박원재(포항)도 45분간 필드를 누비며 만만찮은 기량을 과시했다. 공격수로 들어선 조진수(제주)와 황지수, 황재원(이상 포항)도 아직은 부족했으나 나름 기량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김병지와 교체투입된 골키퍼 정성룡 또한 마찬가지. 결과는 아쉬웠어도 이들에겐 승패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 A매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지 3년만에 데뷔전을 치렀다는 조용형의 소감이 사뭇 진지했다. 어쩌면 칠레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나머지 동료 6명의 마음을 대변한 것일 수도 있겠다. 경기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조용형은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극 마크의 소중함을 이처럼 잘 함축할 수 있을까. 남미 국가를 상대로 9년째 이어지고 있는 무승 징크스(4무 7패)와 무득점 행진이 4경기째로 늘어났음에도 대표팀의 주축으로 도약을 꿈꾸는 새내기 7인방에게 칠레전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