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2)은 한국에서 뛰던 지난 1999년 타율 3할2푼3리 157안타 54홈런 123타점 128득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때부터 '국민타자'라는 칭호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당시가 프로 입단 5년차였다. 벌써 이승엽은 일본에서 5년차 중고참급 용병이 됐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5년차의 영광을 재현할지 흥미롭다. 이승엽은 비시즌 동안 한국에서 손가락 수술의 재활에 힘쓰며 2008년을 준비해왔다. 이승엽은 지난달 29일 출국 기자회견에서 "몸과 마음을 제대로 준비해서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겠다"라고 말하며 2008시즌을 앞둔 심경을 밝혔다. 이날 출국장에서 그는 특유의 겸손함과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줬다. 과연 그가 공언한 대로 최고의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우선 작년에 비해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작년은 시즌 내내 손가락의 통증이 이승엽을 괴롭혔고 100% 정상적인 타격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술 후 재활이 성공적이고 본인도 2월 1일 열리는 팀의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훈련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부상 없이 그의 천부적인 재질과 노력이 더해진다면 최소한 작년보다 좋은 시즌을 보낼 전망이다. 이승엽은 지난해 2할 7푼 4리, 30홈런을 기록하며 2006년의 대활약에 비해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이승엽도 "작년에 부진했는데도 팬들의 성원이 너무 감사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 가지 더 긍정적인 것은 그의 겸손함 속에 숨어있는 자신감이다. "지난 겨울 훈련에 매진했다. 사생활은 전부 잊은 채 오로지 야구만 생각했다"라며 "반드시 좋은 시즌을 보낼 것이라 믿는다"고 자신했다. 올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말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조심스럽게 최소 40개 이상의 홈런을 치겠다고 말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승엽은 2006년 41개의 홈런으로 시즌 막판까지 주니치의 타이론 우즈와 홈런왕 경쟁을 펼쳤다. 결국, 자신이 일본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인 41개를 넘어서겠다는 무언의 의지로 보인다. 팀 내 경쟁자이자 조력자가 될 라미레스의 영입도 그의 경쟁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승엽은 "4번 타자는 실력이 있는 사람이 차지하는 자리다. 4번에 집착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은 있다"고 말했다. 작년 오가사와라가 있어 그러했듯 클린업트리오 내에서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라미레스가 가세함에 따라 이승엽에게 집중되던 견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4번이든 5번이든 앞 타석에서 많이 출루할수록 이승엽에게 찬스가 늘어날 것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부상 없이 전 경기에 출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 5년차 때 기록한 성적만큼 일본에서도 5년차인 2008시즌이 끝나고 '외유내강' 스타일의 이승엽이 남길 성적표가 궁금하다. heman8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