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신인 드래프트는 언제나 인천 전자랜드를 울렸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하승진의 지명을 간절하게 바란 전자랜드는 1순위는 커녕 4순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상위지명권이지만, 최하순번이었다. 신인 드래프트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3차례나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던 최희암 감독은 잠시 뿔테안경을 벗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독한 드래프트 불운에다 포지션 중복문제로 전자랜드의 미래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 인천팀의 드래프트 불운 프로농구 인천팀은 마치 프로야구 인천 연고팀처럼 주인이 자주 바뀌었다. 1990년대 NBA 인기구단이었던 올랜도 매직을 연상시키는 줄무늬 유니폼으로 무장한 대우 제우스로 출발했던 인천팀은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이후 신세기와 SK로 차례로 구단이 바뀌었다. 그리고 2003-04시즌부터 전자랜드가 인천팀의 명맥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전신 시절부터 포함해 전자랜드는 대대로 신인 드래프트와는 지독하리만큼 인연이 없었다. 역대 신인 드래프트에서 무려 4차례나 상위지명권 최하순번에 해당하는 4순위를 얻는 불운을 겪었던 것이다. 전신 SK 빅스 시절인 2001년 신인 드래프트가 불운의 시작이었다. 전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던 빅스는 1순위 당첨 확률이 가장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최하순번인 4번을 얻는 불운을 입었다. 빅스가 울며 겨자먹기로 지명한 선수는 이현준. 그해 드래프트에는 송영진 드래프트였지만 전형수와 김승현이라는 특급 포인트가드들이 둘이나 나온 상태였다. 200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자랜드는 1라운드 최하 4순위를 얻었고 결국에는 김도수를 지명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해 드래프트에는 일찌감치 양동근과 이정석이 최대어들로 분류된 가드들의 드래프트였다. ‘황금 드래프트’였던 지난해에도 전자랜드는 1라운드 4순위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전체 2순위권이었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이미 2순위권은 대구 오리온스에 넘어갔고, 창원 LG로부터 4순위권을 받은 상태였다. 황금 드래프트였던 만큼 선수자원이 풍부했고, 그래서 지명한 선수가 정영삼이었다. 떠오르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정영삼이지만 팀이 가장 원하는 정통 포인트가드는 아니다. 지난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김태술은 천재 포인트가드 6년 주기설의 주인공이었다. 올해에도 하승진이라는 거목이 있었으나 행운은 전자랜드를 다시 한 번 빗겨나갔다. 물론 스스로가 자초한 불운도 있었다. 1998년 최초의 신인 드래프트는 결과적으로 아쉽게 됐다. 당시 5순위권을 얻었던 대우는 이은호를 지명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장신선수의 주가가 높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신기성이라는 특급 포인트가드가 남아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선택이었다. 이은호는 입단 초기까지 제 몫을 해냈으나 신기성의 활약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잡았지만, 애석하게도 이해는 역대 신인 드래프트 가운데 최악이라는 악평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전자랜드는 1순위 지명권으로 전정규를 지명했으나 그 뒤에는 이현민·김학섭·이원수가 있었다. ▲ 복잡한 포지션 중복문제 비록 전자랜드는 하승진이라는 행운을 잡지 못했지만, 강병현이라는 대어를 잡는 데 성공했다. 최희암 감독은 드래프트 전부터 “센터와 외곽에 비중을 두는 픽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승진을 놓쳤지만, 강병현을 차순번으로 고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병현의 재능은 그만큼 뛰어나다. 193cm라는 프로무대에서도 매력적인 신장을 갖춘 장신가드 강병현은 기본기와 화려함을 두루 겸비해 일찌감치 예비스타. 곱상한 외모로 인천삼산체육관의 관중동원에도 한 몫 단단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인기도가 떨어지는 전자랜드로서는 코트 외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강병현은 기본적인 신체조건이나 운동능력이 타고난 선수로 평가된다. 스피드가 빠르고, 종종 덩크를 터뜨릴 정도로 탄력이 훌륭하다. 가드지만 득점력이 매우 뛰어나며 경기 운영능력도 준수하다는 평을 받는다. 물론 정통 포인트가드와는 거리가 있지만 시야나 패싱력이 괜찮고, 해결사적 기질도 다분하다. 전주 KCC 허재 감독이 선수생활 말년 후계자로 지목한 선수가 바로 강병현이었다. 강병현 스스로도 “예전부터 허재 선배님을 가장 존경했다. 코트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너무 닮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확실한 토종 해결사가 없어 고전하고 있는 전자랜드에게 강병현은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자랜드에 이미 가드들이 차고 넘친다는 점이다. 정영삼을 비롯해 황성인·조우현·정선규·정재호·정병국·김태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전자랜드는 포지션 중복을 해결하지 못한 고민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같이 플레이 스타일도 닮았다. 정영삼을 제외하면, 모두 외곽슛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다. 장단점이 그대로 중첩돼 장점은 장점대로 희석되고, 단점은 단점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전자랜드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이들을 조율한 확실한 정통 포인트가드가 없다는 것이 전자랜드의 너무도 오래된 고민이다. 전자랜드의 포인트가드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닐 정도로 고질화되어 있다. 궁극적으로 강병현은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니라는 점에서 전자랜드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강병현은 기존의 선수들과 비교할 때 신장이 크고 운동능력이 좋으며 성장 가능성이 풍부하다. 비슷한 스타일의 정영삼과 공존 여부가 관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전자랜드로서는 선수층을 더욱 강화하고, 카드를 하나 더 얻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시즌 후 교통정리에 골머리를 앓을 공산이 크다. 비단 가드 포지션뿐만 아니라 전포지션에 걸쳐 전자랜드는 능력있는 선수는 많지만, 확실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딜레마다. 과연 시즌 후 최희암 감독이 포지션 중복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교통정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강병현-최희암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