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최강군단’ 원주 동부는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다승-최다승률을 노리며 진군하고 있다. 2위권과의 격차는 무려 5.5게임. 현실적으로 나머지 팀들이 노리는 것은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2위 자리다. 2위 경쟁서 '태풍의 눈'은 다름 아닌 서울 삼성이다. 최근 12경기에서 10승2패라는 놀라운 기세를 뿜어낸 삼성은 오는 3일 재개될 정규리그서 16일까지 14일간 무려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앞두고 있다. 과연 삼성의 상승세는 남은 5~6라운드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 삼성의 힘 삼성은 최근 1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88.0득점을 올리는 화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평균 득점(87.1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 바로 삼성이다. 안준호 감독은 “올 시즌 들어 우리는 높이의 팀에서 스피드의 팀으로 거듭나는 과도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삼성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기당 평균 4.97개의 속공을 성공시키고 있다. 서장훈이 떠났지만, 대신해 들어온 이상민을 비롯해 강혁·이정석·이원수 등 풍부한 가드진들을 앞세운 속공게임이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테렌스 레더와 빅터 토마스 등 외국인선수들도 속공게임에 최적화됐다. 이 같은 삼성의 속공게임은 이미 지난 시즌서도 주머니 속 송곳처럼 드러난 바 있다. 특히 이규섭·서장훈이 나란히 도하 아시안게임 차출로 자리를 비운 사이 삼성은 강혁-이정석-이원수의 쓰리가드 시스템을 앞세워 9승6패라는 호성적을 올렸다. 안준호 감독이 단 한 시즌 만에 팀컬러를 180도 바꿀 수 있었던 것도 이전부터 스피드 농구의 토대를 마련한 덕분이었다. 특히 토마스가 합류한 이후 속공과 득점에 날개를 달았다. 다득점 경기를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야투성공률(50.9%)·2점슛성공률(58.4%)에서 모두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삼성의 강점은 득점의 다양함에서 찾을 수 있다. 속공뿐만 아니라 골밑·외곽·컷인 등 다양한 공격루트로 득점을 창출하고 있다. 패스플레이가 워낙 활발한 덕분이다. 외국인선수들도 득점에 욕심내지 않고 팀플레이에 자신을 녹이고 있다. 레더와 토마스는 나란히 평균 20점대 득점을 올리고 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평균 20점대 득점자를 2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팀이 바로 삼성이다. 이규섭은 방성윤 다음 가는 토종 득점원이자 슈터 노릇을 소화하고 있고, 강혁은 개인 기록은 하락했으나 승부처에서 빅샷을 터뜨리는 해결사 본능은 여전하다. ▲ 삼성의 꿈 속공과 다득점을 노리는 삼성의 팀컬러는 마치 NBA 피닉스 선스를 연상시킨다. 스티브 내시가 빠지면 특유의 런앤건 게임이 흔들리는 피닉스와는 달리 삼성은 가드진에서 어느 한 선수에 대한 비중이 높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올 시즌 삼성은 주전선수가 부상으로 결장한 17경기에서 11승6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주전 2명이 빠진 5경기에서도 3승2패로 선전했다. 삼성은 벤치 멤버가 좋다고는 볼 수 없는 팀이다. 벤치 득점이 평균 12.3점으로 최하위다. 하지만 삼성은 주전들의 공백이 생길 때마다 십시일반의 힘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박훈근·박영민·우승연 등 벤치 멤버들이 수비에서 큰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삼성은 경기당 평균 85.2실점으로, 최하위 대구 오리온스(87.6실점) 다음으로 많은 점수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최근 12경기에서도 평균 82.9실점을 했다. 공수전환이 빠르고 다득점 경기를 펼치는 삼성의 특성상 다실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선수전원이 코트 전체를 빠르고 부지런하게 누비는 스타일이라 체력적인 소모도 적지 않다. 자원이 풍부한 가드진은 대체가 가능하지만 이규섭-토마스-레더 등 프런트라인은 쉽게 메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후반기 시작부터 맞딱드리는 14일간 7경기라는 살인적인 일정이 더욱 걱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공격농구로 우승을 꿈꾸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농구의 팀이었던 오리온스도 번번이 고비에서 발목이 잡혔다. 4강 진출이 공격농구의 최고치였다. 통합우승을 달성하고, 정규리그 2연패를 이룩한 시절 오리온스는 2시즌 연속 최소 실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수비가 강한 팀이었다. 피닉스 선스 역시 우승은 커녕 3시즌 연속으로 파이널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특급빅맨’ 아마리 스타더마이어가 정상적으로 합류한 지난해에도 피닉스는 컨퍼런스 준결승에서 정통농구를 구사한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2승4패로 패했다. 전통적으로 속공·다득점 게임으로 정상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삼성의 우승 도전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