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한화에서 가장 놀라운 일은 아마 정민철(36)의 화려한 부활이었을 것이다. 정민철은 지난해 10년 만에 2점대 방어율 복귀와 함께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가장 많은 승수를 올렸다. 26경기 선발등판, 12승5패 방어율 2.90. 왕년 정민철이었다면 식은 죽 먹기와 같은 성적이었지만, 정민철에게 왕년은 지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민철에게는 제2의 전성기가 찾아오고 있다. 2008년 정민철은 완전한 부활 제2탄을 쏘아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인생의 전환점 정민철은 지난해 각종 재기상을 휩쓸었다. 사실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정민철 못지않게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선수가 있었다. 바로 1992년 입단 동기생 염종석(롯데)이었다. 지난해 5월까지 염종석은 9경기에 선발등판, 4승4패 방어율 2.65라는 호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평균 투구이닝은 무려 6.41이닝이었다. 정민철도 5월까지 9경기에 선발등판, 4승1패 방어율 2.86이라는 비슷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정민철의 평균 투구이닝도 6.30이닝이었다. 그러나 이후 염종석과 정민철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선수의 희비보다는 베테랑의 재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강속구를 잃어버린 베테랑 투수에게 남는 것은 알게 모르게 먹은 나이뿐이었다. 전성기 정민철은 시속 150km 내외의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 이후 정민철은 강속구를 잃었다. 정민철의 제구력과 경기운영 모두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가 뒷받침됐기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속구를 잃은 정민철은 목표물이 훤히 보이는 데도 과녁을 맞히지 못해 고전하는 양궁선수와 같았다. 변화가 필요했다. 제구력 위주의 기교파 변신이 절실했다. 그러나 박찬호의 경우에서 보듯 파워피처가 기교파 투수로 변신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민철은 2006년 후반기를 기점으로 변신에 완전하게 성공했다. 그 기세가 지난해에도 이어져 부활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지난해 정민철은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이 6이닝에 육박하는 5.97이닝에 달했다. 특히 제구력 위주의 기교파 투수답게 9이닝당 볼넷은 1.85개로 선발투수 중 가장 좋았고, 이닝당 투구수도 평균 14.9개로 선발투수 중 두 번째로 좋았다. 매우 경제적인 피칭을 한 것이다. 과거처럼 삼진을 많이 잡지 못했지만 대신 지저분한 볼끝와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를 상대하는 데 눈을 떴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각종 시상식에서 재기상은 당연하게 정민철의 몫으로 돌아갔다. 정민철은 “인생에는 전환점이 있기 마련이다. 내게는 2007년이 그랬다”고 말했다. 반짝 활약은 없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재활공장장이다. 기량이 한물 가거나 쇠한 베테랑 선수들을 재생시키는 힘이 있다. 하지만 정민철의 부활에 대해서는 무겁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가만 놔두어도 혼자 열심히 하는 선수다. 힘든 트레이닝을 옆에서 코치하지 않아도 잘 소화하기에 나이가 들었어도 재기할 수 있었다. 더구나 정민철은 야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는 선수다. 상대 선수와 자신의 기술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 내가 놀랐다”라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또한, 기술적으로 김 감독은 “투구시 밸런스를 적절하게 잡았기 때문에 재기할 수 있었다. 몸의 균형을 제대로 잡으니깐 스피드가 떨어져도 자신있게 제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민철의 부활은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다. 이를 그대로 뒷받침하듯 지난해 정민철은 놀라울 만큼 꾸준함을 과시했다. 5회 이전 조기강판은 3차례밖에 되지 않았으며, 5실점 이상 대량 실점도 2차례밖에 없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투수가 바로 정민철이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는 기대했던 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예기치 못한 허리 부상이 그 원인이었다. 다행히 정민철은 시즌 후 허리통증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지난해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만큼 올해 그것을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 막판 아쉬움이 오히려 정민철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완전한 부활을 계기로 정민철은 기록에서도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정민철은 프로야구 역대 통산 최다승(155승)·투구이닝(2236⅓)에서 송진우에 이어 당당히 2위에 올라있다. 일본 프로야구 진출로 2년간 공백기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더욱 더 놀랍다. 정민철은 어느덧 프로 17년차 베테랑이 됐지만 아직 36살밖에 되지 않았다. ‘전설’ 송진우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린 시점이 바로 정민철 나이였다. 송진우는 36살이었던 2002년 31경기에서 무려 220이닝을 소화하며 18승7패 방어율 2.99를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완전한 부활 제2탄 지난해 정민철은 ‘14년 후배’ 류현진과 함께 명실상부한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지난해 한화 선발진은 8개 구단 중 가장 좋은 팀 방어율(3.48)을 기록했으며 투구이닝(744⅔)도 가장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선발진에 불안감이 먼저 앞선다. 한화 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던 세드릭 바워스와 재계약하지 않았고, 송진우와 문동환은 재기를 확신할 수 없다. 유원상 역시 아직 풀타임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 한화 선발진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는 류현진과 더불어 정민철이다. 류현진이 시즌을 앞두고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하는 만큼 시즌 초반과 막판 정민철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한화는 정민철의 활약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 정민철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후 “200이닝을 채우지 못해 아쉽다. 내년 시즌에는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전성기 때 정민철은 이닝이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200이닝을 4시즌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200이닝을 넘긴 투수는 단 10명밖에 되지 않고, 그마저도 5명은 외국인 투수였다. 하지만 정민철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유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평균 투구이닝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경기에 등판해 팀에 공헌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주장의 중책을 맡았던 정민철은 김민재에게 바통을 넘기고 피칭에 더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민철은 “우승 한 번 하고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도 20세기의 마지막이었던 1999년이다. 어느덧 9년 전 일이다. 지난 2년은 한화가 우승할 수 있는 적기였지만, 아쉽게 우승이라는 절대 목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한화는 김인식 감독 부임 후 언제나 꾸준한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 2년과 비교하면 여건이 좋지 않아졌지만 한화는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완전한 부활 제2탄을 꿈꾸고 있는 정민철이 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