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인(56), 이 배우가 극중에서 아버지가 된다. 참 희한한 일이다. 1972년 MBC 공채 5기 탤런트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니 그 동안 아버지 역도 숱하게 맡았겠지만 딱히 기억나는 ‘아버지’가 없다. ‘전원일기’의 노마 아빠 정도가 우리가 기억하는 비교적 선명한 그림이다. 그런 이계인이 SBS TV 새 주말극장 ‘행복합니다’(김정수 극본, 장용우 연출)에서 마침내 아버지 역을 맡았다. 개성 넘치는 인상 덕분(?)에 ‘수사반장’에서 온갖 종류의 범인은 다 맡아서 했고 그나마 아버지가 된 ‘전원일기’에서는 아내가 도망가버린 처량한 홀아비였다. 이후 이계인을 기억시킨 작품은 사극이었다. 2000년 KBS 1TV 대하드라마 ‘태조왕건’에서 애술 역으로 인기를 모은 이계인은 MBC TV ‘주몽’에서는 모팔모 역으로 또 한번 시청자들의 사랑을 이어갔다. 이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활발하게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연기자가 됐지만 정작 나이에 어울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극에서는 없었다. 이계인은 ‘행복합니다’에서 이철곤이라는 배역을 맡았다. 무려 아들이 넷이나 있다. 큰 아들 준기(김종서 분), 둘째 아들 준수(이훈 분), 양 아들 용재(김철기 분), 막내 아들 준영(안용준 분)까지 대가족이다. 그런데 막상 아내는 없다. 온전한 가정을 가질 형편은 아직 못되었는지 아내와 일찍 사별했다. 대신 장모(김용림 분)가 집안의 안주인 노릇을 한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계인은 이 작품에서 분명히 네 아들의 아버지다.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은 이계인 스스로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지난 1일의 제작발표회에서 “내가 아버지 역을 한다고 하니까 유인촌 씨가 ‘무슨 아버지냐’고 말하더라. 하지만 나는 이계인표 아버지를 하겠다. 유인촌 씨가 하는 아버지, 이덕화 씨가 하는 아버지도 좋지만 이계인만이 할 수 있는 아버지를 하겠다. 우 훈이(이훈), 좌 종서(김종서)가 있으니 천군만마다. 행복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계인이 하는 아버지 연기는 다른 배우들이 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일 듯하다. 하지만 ‘이계인표 아버지’도 대한민국에 꽤 여럿 있을 법하다는 믿음이 분명이 선다. “때로는 자식이 아버지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자식 걱정도 많이 하고 죽은 아내도 그리워하는 분명한 아버지다. 억지 설정이라는 느낌은 없을 것이다”고 이계인은 자신감을 보였다. ‘노마아빠’ ‘모팔모’로만 기억되던 이계인이 어떤 아버지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지 ‘친구 같은 아버지 이계인’이 기대된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