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구단 마무리들, 신뢰 되찾을까
OSEN 기자
발행 2008.02.04 17: 37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가 사상 첫 ‘서울 3구단’ 시대를 맞이했다. 기존의 두산과 LG에다 ‘제8구단’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서울로 입성하며 마침내 ‘서울 3구단’ 시대가 도래했다. 서울 3구단은 2008년 프로야구 흥행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3팀은 공통적인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마무리투수 불안이다. 경기 막판을 살얼음처럼 만들어 경기에 박진감을 더할지 모르나 이것이 팀 성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두산 정재훈(28), LG 우규민(23), 센테니얼 조용준(29)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가 주어졌다. ▲ 정재훈 정재훈이 검증된 마무리 투수라는 사실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정재훈은 지난 3년간 무려 93세이브를 올렸다. 삼성 오승환(103세이브) 다음으로 많은 세이브를 거둔 투수가 바로 정재훈이었다. 마무리투수 첫 해였던 2005년에는 30세이브로 구원왕에 올랐고 이듬해에도 38세이브와 함께 1점대 방어율(1.33)로 위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전반기 막판 두산 김경문 감독은 정재훈의 선발 전환을 시도했다. 다니엘 리오스와 맷 랜들을 제외하면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없는 팀 사정도 문제였지만, 정재훈이 마무리로서 믿음을 잃어버린 게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선발로는 더 실망스러웠고 2경기 만에 원상 복귀됐다. 지난해 정재훈은 52경기에서 5승3패25세이브 방어율 2.44라는 수준급 성적을 올렸다. 선발투수로 기용된 2경기를 제외하면 방어율은 1.66까지 내려간다. 그러나 허울 좋은 기록이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 정재훈의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겨우 1.10이었으며 피안타율은 1할8푼7리에 불과했다. 오승환이 아니었다면 최정상급으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1.46으로 치솟았고 피안타율도 2할5푼으로 상승했다. 8개 구단 주전 마무리투수 중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가장 높았고, 피안타율은 부상으로 고생한 구대성(한화·0.261) 다음으로 높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마무리투수가 주자있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건 필수적이다. 정재훈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주자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일이 많은 마무리투수에게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주자를 내보내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김경문 감독은 마무리투수에게 큰 짐을 주지 않는 타입이다. 지난 3년간 정재훈은 ‘1이닝 마무리’였다. 한 시즌 60이닝을 넘긴 적이 없다. 감독이 배려하는 마무리투수라면 더욱 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벌써 정재훈이 불안할 경우를 대비해 대체 선수를 키우는 것을 전지훈련의 지상과제로 삼았다. ▲ 우규민 우규민은 지난해가 첫 풀타임 마무리투수였다. 성적은 매우 훌륭했다. 지난해 마무리투수 중 가장 많은 62경기에 등판해 78이닝을 던졌다. 5승6패30세이브 방어율 2.65. 풀타임 마무리투수 첫 해부터 30세이브 고지를 밟고 구원 부문 2위에 올랐다. ‘야생마’ 이상훈의 이적 이후 심각한 소방수 부재에 시달렸던 LG는 4년차 우규민의 급성장으로 뒷문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외관상으로만 아니라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14밖에 되지 않았으며 피안타율도 2할1푼6리에 불과했다. LG가 최하위에서 5위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우규민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우규민은 30세이브 중 6세이브가 동점 및 역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거둔 터프세이브였다. 1점차 상황에서 거둔 세이브도 8개였다. 하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범한 블론세이브도 무려 무려 13개였다. 물론 그 가운데 6개가 동점 및 역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기록한 터프블론세이브였지만 우규민의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졌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LG 김재박 감독도 “우규민이 8월부터 많이 맞았는데 결국 경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규민은 8월 이후에만 블론세이브를 무려 7개나 저질렀다. 사실 지난해 우규민은 체력적으로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해 우규민은 전지훈련에도 가지 않았다. 허리 부상으로 국내에서만 훈련하고 시즌을 치렀다. 시즌 후반 부진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체력과 관계없이 우규민의 피칭 스타일에도 문제가 있었다. 범타를 유도하다 보니 고비에서 탈삼진을 잡는 능력이 떨어졌다. 지난해 우규민은 삼진을 26개밖에 잡지 못했고 9이닝으로 환산하면 2.99개에 불과했다. 우규민은 사이드암치곤 꽤 빠른 공을 던지지만 위압감이 약했다.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조용준 조용준은 어떤 투수였나. 2002년 데뷔하자마자 1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9승5패28세이브 방어율 1.90이라는 특급성적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의 예리한 슬라이더를 본딴 ‘조라이더’라는 별칭도 생겼다. 최초로 9차전까지 간 200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무려 7경기에 등판해 12⅓이닝을 던져 무실점으로 3세이브를 따내며 한국시리즈 MVP까지 올랐다. 당시 조용준의 나이는 25살. 오승환(삼성)이 나타나기 전까지 한국프로야구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울 후보 1순위였다. 그러나 조용준은 2005년 27세이브를 작성한 것을 끝으로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부상이 이유였다. 조용준은 2005년 9월 선배 정민태와 함께 어깨 수술을 받았다. 1년여의 재활기간이 예상됐다. 조용준보다 9살이나 많은 정민태는 2006년 10월 복귀했다. 2007년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풀타임으로 뛰었다. 그러나 조용준은 이 기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재활속도가 느린 탓이었다. 현대를 이끌었던 김시진 감독은 2002년 조용준을 신인왕으로 만든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조차도 조용준의 느린 재활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조용준이 돌아올 경우 주전 마무리로 쓰겠다는 의사를 수없이 내비쳤지만 조용준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조용준은 2군 리그에서 9경기에 등판해 3홀드 방어율 3.95를 기록했다. 그러나 구위를 회복하지 못해 마지막까지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새 구단은 투수진이 약하고 그 중에서도 불펜이 매우 약하다. 초대감독으로 선임된 이광환 감독은 아직 팀에 대한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 김시진 감독은 기존 불펜투수들이었던 신철인과 송신영을 선발로 기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조용준이 마무리투수 후보 1순위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2년간의 공백기가 있지만, 최정상급 마무리로 명성을 떨친 ‘검증된 마무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백기가 너무 길어 재기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정재훈-우규민-조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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