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노사모를 이끌었던 배우 명계남이 요즘 영화계 안팎에서 동네북 신세다. 원로 감독들이 중심인 한국영화감독협회(이사장 정인엽)이 지난달 25일 '명계남 문성근은 영화계를 떠나라'는 요지의 성명을 냈고, 개그맨인지 가수인지 모를 김흥국도 4일 뜬금없이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명계남을 걸고 넘어졌다. 왜 그럴까.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2000년 총선 때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낙선한 직후 정치인 팬클럽 수준의 소모임으로 출발했다. 여기에 충무로의 중견 배우였던 명계남과 문성근 등이 2002년 대선을 전후해 적극적으로 참가, 전국에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며 참여정부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명계남과 문성근, 그리고 이창동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유비 관우 장비 같은 관계다. 이제 고전이 된 ‘초록물고기’는 이들이 힘을 모아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고 두 번째는 정치판에서 노사모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현 정권 수립후 노사모 전면에서 직접 활동한 두 사람은 이 감독을 영화인 출신의 첫 문화관광부 장관(2003.2~2004.6)으로 밀었고 한동안 이들은 영화계를 떠나있었다. 누에는 뽕잎만을 먹고 산다. 정치 외도를 했던 삼총사도 현 정권 임기 중반부터 노사모의 활동 영역이 줄어들면서 영화계 복귀에 나섰다. 당시 문성근은 순조롭게 현역 배우로 복귀했다. 3년 가까이 연기를 쉬었던 그는 강우석 감독의 블록버스터 ‘한반도’에 이어 스릴러물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과 노근리 사건을 다룬 ‘작은 연못’ 등에서 주연급을 맡았다. 이외 몇편의 영화에서 조연 및 목소리 출연에 캐스팅되는 등 일찌감치 정치권 외도 이전의 활동 수위를 회복했다. ‘퍼즐’ 제작보고회 당시 그는 “배우가 영화에 출연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또 있겠나. 나는 아직 (한동안 쉬었던 영화 출연에) 배가 고프다”고 기쁜 속내를 밝혔다. 원래 과작인 이창동 감독도 송강호 전도연 주연의 ‘밀양’(2007)으로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했다. ‘초록물고기’(1997),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에 이어 5년만에 내놓은 '밀양'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전도연)을 받았고 전국 관객 170만명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 피해 본다" 이에 비해 명계남은 영화계 복귀가 계속 꼬였던 상황이다. 배우이자 제작자로 누구못지않게 마당발이었던 그는 지난해 한 영화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사 관련)업무가 마비상태다.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은 다 피해를 보고 있다. 영화 제작자 일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정치권의 갖가지 루머에 그의 이름이 포함되면서 겪는 수난이다. 배우로서의 활동에 관해서도 “할 용의는 있지만 (섭외가) 안온다. 어떤 감독이 나를 배우로 쓰려고 했더니 투자자가 곤란하지 않겠냐고 했다더라. (중략)”며 “‘손님은 왕이다’를 할 때 아, 이게 내 마지막 작품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는 한탄을 내뱉었다. 정치권은 늘 연예인에게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특히 선거 때는 대중의 관심을 얻기위한 정략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공천이라는 미끼까지 걸어 그 유혹이 더하다. 실제 상당수 배우와 탤런트들이 정치권의 낚시질에 걸려 국회의 문턱을 넘어섰다가 한계를 느끼고 무대로 돌아왔다. 알게 모르게 대중은 이들의 컴백을 용인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연예인의 정치권 외도와 복귀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거기에 명계남은 참여정부와 노사모의 실세라는 외부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노무현 정권 동안 활동이 위축됐던 연예와 문화계 전반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는 중이다. 위기의 명계남이다. mcgwire@osen.co.kr ‘손님은 왕이다’ 영화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