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대목을 노려 개봉한 영화들 사이에 지난 주말 흥행을 고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벌써부터 집주인의 "방 빼" 소리에 하염없이 한숨만 내쉬는 영화들도 한 두편이 아니다. 지난 일요일 CGV 등 대다수 극장 창구에서는 상당수 개봉작들의 다음주 현장 예매표를 팔지 않았다. 상영시간표가 그 때까지도 짜여지지 않았기 때문. 극장측 입장에서는 설 연휴에 걸 영화들인만큼 주말 흥행 결과를 보고 스크린 수를 조정하는 게 당연했다. 사실상 설 대목의 흥행 레이스는 여기서 판가름이 났다고 해서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영화 마케터들이 개봉 첫 주말 성적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객 한 명이라도 더 동원할려고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쓰는 게 업계의 생리다. 예술영화를 에로물로 포장하고 작가주의 영화를 액션 블록버스터로 둔갑시키는 관객 기만(?)까지 서슴지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첫 주말 성적이 나쁘면 당장 극장주와 배급사에서 "방 빼"라고 아우성을 치니 견딜 도리가 없다. 다행히 설이나 추석, 방학기간 등의 성수기가 아니라면 1~2주를 버티며 입소문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김윤진의 스릴러 '세븐데이즈'는 개봉 첫 주 3위에 그쳤지만 2주째부터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몰려 선두로 복귀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올해 설 연휴는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를 놓고 봤을 때 '더 게임'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 '원스 어폰 어 타임' 등 한국영화 3파전으로 굳어졌다. 신하균 변희봉의 미스테리 스릴러 '더 게임'은 개봉전 인터넷 영화 평점에서 고득점을 기록한 게 첫 주 흥행에 영향을 끼쳤던 만큼 폭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면 ' 우생순'은 개봉 4주차에 전국 325만명을 넘어서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어 안정적이다. 스크린 수도 400개 가까이 유지, 설을 노리고 개봉한 영화들의 몫까지 잡아먹었다. 박용우 이보영의 코미디 액션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첫 주 3위에 그쳤지만 1, 2위와의 관객 차가 크지 않았고, 평단과 관객 입소문 양쪽 모두에서 "재밌다"는 인정을 받았기에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다. 황정민 전지현의 감동 드라마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더 게임'의 향방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슈퍼맨'은 지난주 360개 스크린 21만명 관객 동원으로 4위의 성적. 스크린수가 줄기는 하겠지만 '더 게임'이 뒤로 처지게 되면 뚫고 들어갈 틈새는 충분하다. '지루하다'는 시사회 평가 이후, 정윤철 감독이 과감히 편집 메스를 들이댄 후 극의 진행 호흡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밖에 외화 '클로버필드'는 극단적 관객 평이 오고간 끝에 '난해하다' '어지럽다'는 쪽으로 표가 쏠리면서 경쟁권 밖으로 밀려났다. 유승범의 복귀작 '라듸오 데이즈'도 '원스 어폰'보다 웃기지 못하고 '슈퍼맨'보다 감동적이지 못한 어정쩡함 탓에 조기 탈락의 위기에 직면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