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실체는 어떤 것일까.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제8 구단' 창단으로 현대 유니콘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현대의 종말과 함께 선수단 수장이었던 김시진(50)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는 창단 구단의 수석코치 제의를 받았으나 미련없이 옷을 벗었다. 이유는 한 가지. 자신을 믿고 따르던 후배들이 팀을 떠날 수도 있는데 자신만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3년 말. 비슷한 일이 두산에서도 벌어졌다. 선동렬 현 삼성 감독이 당시 주니치 2군에서 지도자 수업을 마치고 지도자로 현장 복귀를 앞둔 시점이었다. 두산은 김인식 감독을 일선에서 후퇴시키고 선동렬 감독을 후임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젊은 지도자를 앞세워 팀을 리빌딩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믿음의 야구'로 두산에서 두 번의 우승을 일궈낸 김인식 감독은 부사장으로 내정됐다. 이미 시즌 중 구단주이기도 했던 박용오 KBO 총재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계획을 바꿔 스스로 구단을 뛰쳐 나왔다. 후배 코치들이 모두 그만 두는데 자신만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김인식 감독은 "나도 마음만 먹었으면 김응룡 사장 보다 먼저 임원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후배들이 모조리 옷을 벗는데 나 좋다고 남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그 후 김 감독은 1년 동안 야인생활을 거친 뒤 2005년 한화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 그 후배들과 다시 야구를 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김시진 감독의 행보는 구체적인 상황이나 조건에서 김인식 감독과는 다른 점도 있다. 김시진 감독은 감독직을 내주고 수석코치로 강등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자신 보다는 후배들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의 마음은 같았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믿음과 신의를 저버리는 현실에서 김시진 감독의 아쉬운 퇴장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