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리거' 김길식, 리그 내 이적 추진
OSEN 기자
발행 2008.02.05 13: 27

꿈을 좇아 유럽으로 건너간 한 사내가 있다. 국내 대부분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잉글랜드 네덜란드 독일 등 소위 빅리그에 안착한 것도 아니다. 이 사내의 활동 무대는 동유럽이다. 루마니아리그 중위권 클럽 오체룰 갈라치 FC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길식(29)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 데뷔 8년차. 2001년 전남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은 뒤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안착한 한국 선수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김길식은 제주의 감귤빛 유니폼을 벗고 지난해 1월 조용히 루마니아로 출국해 해외 진출이라는 오랜 꿈을 이뤘다. 루마니아에서 김길식의 활약은 돋보였다. K리그에서 6시즌 동안 11골에 그쳤던 김길식이었지만 갈라치에서 최고 연봉을 받고, 리그 3경기 연속골을 몰아치는 등 그의 입지는 탄탄대로였다. K리그 무대를 떠나 루마니아로 갓 건너왔을 때만 해도 팀 동료들은 "연봉도 적게 받는데 왜 왔느냐"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으나 김길식은 금세 갈라치에서 없어선 안될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김길식의 발목을 잡은 것은 갑작스런 허리 부상. 40여 미터를 단독으로 질주해 결승골을 뽑아내기도 하는 등 맹활약했던 김길식은 지난해 8월 시즌 개막전에서 입은 허리 부상의 후유증이 생각보다 컸다. 결국 10월 초 김길식은 부상 치료를 위해 일시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김길식은 부상 진위를 놓고 갈라치 구단과 갈등을 빚고 말았다. 제대로 된 MRI촬영 시설을 갖춘 병원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현지 의료 수준에 의문을 품은 김길식이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자 갈라치 측은 "엄살을 피운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 게다가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연봉도 제때 지급되지 못했고, 입단 계약 시 약속했던 주택과 차량 등도 갈라치 구단은 해결해주지 않았다. 김길식으로서는 선수 생명이 끝났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국내행을 관철시켜 디스크 치료를 받았고 내셔널리그의 한 구단에서 재활 및 기초 트레이닝을 받으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갈라치 구단 측에 대한 앙금은 남아있다. 지난 1월 루마니아로 되돌아간 김길식의 한 측근에 따르면 "부상 문제를 놓고 선수와 갈라치가 갈등을 빚은 것은 사실"이라며 "루마니아에선 흔한 일이지만 임금 체불을 포함해 제반 여건이 매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김길식에게는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김길식은 루마니아리그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존재다. 현지 최고의 클럽인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를 포함한 3~4개 구단이 오퍼를 던지고 있다. 슈테아우아는 종종 UEFA컵과 챔피언스리그 등에 출전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매우 낯익은 명문 클럽이다. 재정이 탄탄해 아무리 불경기라 해도 상습적인 임금 체불 현상은 결코 없는 팀이다. 진로는 불확실하다. 갈라치 구단은 한때 영웅시 했던 김길식이 부상 치료를 위해 한국행을 택하자 3개월간의 자격 정지와 함께 아예 1군 선수단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1월 중순이 되며 김길식의 자격 정지 처분은 자동적으로 풀렸으나 추이는 불투명하다. 현재로서는 이적만이 유일한 해결책. 김길식의 측근은 "꿈을 따라 루마니아를 택했던 김길식이 심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면서 "여러 팀에서 손짓하는 만큼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2007-2008시즌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루마니아리그는 오는 23일 재개된다. 김길식은 이 무렵에 맞춰 유니폼을 바꿔 입을 공산이 크다. yoshike3@osen.co.kr 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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