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덩커' 차재영, "프로서도 인정받는 선수 되겠다"
OSEN 기자
발행 2008.02.05 15: 19

지난달 29일 열린 2008 KBL 국내선수 신인 드래프트는 농구인은 물론 팬들과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NBA 무대를 밟아본 하승진을 비롯해 어느 해보다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참가했다는 평을 받았다. 40명이 신청한 이번 드래프트에서 총 22명이 지명을 받아 간신히 50%를 넘는 인원이 프로 진출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1순위의 하승진(KCC)부터 5순위 차재영(삼성)까지 모두 국가대표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대학무대를 호령했던 국가대표 5인방은 예상대로 상위 지명을 받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 중 이미 네티즌 사이에서 경기 도중에 손쉽게 호쾌한 덩크슛을 터뜨리는 동영상이 나도는 등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아트 덩커' 차재영(24)을 지난 4일 만났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차재영은 오는 25일 고려대학교 졸업을 앞둔 순수한 청년이었다. 9일 울산 모비스와 홈경기 때 팬들에게 첫 인사할 예정인 그는 현재 개인운동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었다. 명지중 3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차재영은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꽤 늦게 농구에 입문한 편이다. "농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직접 농구부를 찾아갔어요. 사실 집에서는 축구선수를 하셨던 아버지가 반대하셨죠. 운동은 힘든 길이라구요. 그런데 결국 아버지도 저를 믿으셨고 지인이 계신 명지중으로 저를 보내셨어요"라고 말한다. 차재영은 농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당시부터 동년배들을 압도하는 운동능력으로 2000년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중등부 MVP에 올랐다. 명지고에 진학해서는 김유택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고교 무대서 두각을 나타냈고 고려대에 진학해 선배(김일두 주태수 임휘종 김영환)들과 함께 뛰며 성인무대에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사실 차재영에게 드래프트 현장은 낯설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하고 매년 선배들이 참가하는 드래프트 현장에 갔어요. 나중에 이 자리에 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졌어요"라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그의 대학생활은 농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캠퍼스의 낭만을 느껴볼 수 없었어요. 훈련에 치이다보니 피곤해서 수업에 들어가기도 힘들었구요. 캠퍼스 커플은 그림의 떡이었죠"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차재영은 또 "우리나라 학원 스포츠는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운동만 강조하다보니 공부할 권리도 없었구요. 하루 빨리 공부하며 운동하는 시스템이 생겨야 좋지 않을까요"라고 학원 스포츠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도 취업률이 간신히 50%를 넘은 것에 대해 차재영은 "정말 안타까워요. 모두가 같이 프로에 가면 좋을 텐데...사실 운동만 해왔기에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하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며 "초등학교부터 공부하며 운동하는 선수를 양성하고 그것이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진다면 좋겠어요. 갑자기 대학에 와서 수업을 듣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거든요"라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리있게 말했다. 그는 작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발탁이 됐다. 청소년대표에 이어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된 것. "가문의 영광이었죠. 처음 그 소식을 듣고 상비군에 뽑혔다는 소리인 줄 알았답니다"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당시 프로 선배들과 함께 지낸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차재영은 상무의 양동근을 좋아한다. "체력이 좋고 항상 열정적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에 반했습니다"라며 자신도 언제나 농구에 대한 진지하고 열정적인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NBA의 코비 브라이언트와 마누 지노빌리를 좋아하는 외국 선수로 꼽으며 실제로 NBA경기도 보고 싶다는 24살 청년이다. 이제 차재영은 졸업식을 치르면 서울 삼성 썬더스의 정식 프로선수가 된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바로 차재영 본인이다. "삼성이나 오리온스에 가고 싶었는데 원하는 팀에 가게 되서 영광입니다"라며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현재 신장이 신발을 벗고 192.8cm에 체중이 83k인 그는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을 조금 더 찌울 생각이다. "사실 81kg 정도일 때 몸이 가장 가벼운데요. 프로에서 용병들과 몸싸움을 하려면 웨이트를 조금 늘리는 것이 필요하니까요"라며 벌써부터 체중 불리기에 들어갔다고. 또 스스로 약점이라 생각하는 슈팅에 대해서도 많은 준비를 할 계획이다. 한편 차재영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된 후 안준호 감독과 기념사진 촬영 때 구단 모자를 살짝 걸쳐써 네티즌들에게 '예의가 없다'며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모자가 작더라구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며 빨리 팬들과 만나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선수가 된 그는 선수생활과 병행하며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도 있다. "물론 농구선수로서 농구가 첫째지만 의지만 있다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자신의 앞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혔다.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그의 농구인생은 다시 새로운 출발선상에 놓여있다.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차재영이 프로농구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흥미롭다. heman8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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