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감독' 강병철, 유망주 육성 계속될까
OSEN 기자
발행 2008.02.05 15: 23

[OSEN=이상학 객원기자] 강병철(62) 전 롯데 감독이 현장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10월 롯데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뒤 불과 4개월 만이다. 강병철 감독은 지난 4일 ‘제8구단’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2군 감독으로 전격 선임됐다. 이광환 감독-이순철 수석코치 체제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강 감독에게도 특별지령이 주어졌다. 센테니얼은 2군팀을 지방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2군 팀명도 스폰서로 결정한다. 2군도 메이저리그식으로 운영하는 만큼 노련하고 지명도 높은 강 감독을 선임했다. 2군의 차별화된 운용과 함께 강 감독에게는 유망주 육성이라는 중책이 주어졌다. 강 감독은 유망주 조련에 일가견있는 인물이다. ▲ 강병철의 아이들 강병철 감독은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믿고 기회를 주는 스타일이다. 강 감독 밑에서 성장의 페달을 밟은 선수가 많았다. 롯데 부임 2기였던 1990년대초가 그 시작이었다. 1991년 강 감독은 두 번째로 롯데 지휘봉을 잡았다. 전 시즌 6위였던 롯데는 강 감독의 지휘아래 4위로 발돋움하며 가을잔치에도 진출했다. 당시 주역이 바로 ‘신인듀오’ 박정태와 전준호 그리고 타자 전향 3년째였던 김응국이었다. 특히 신인 타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기태와 함께 국가대표 중심타선을 이끌며 1차로 입단한 박정태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명’ 전준호의 톱타자 발탁과 풀타임 기용은 의외였다. 하지만 지금 전준호는 톱타자 중의 톱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롯데가 두 번째 우승을 일군 1992년에도 새 얼굴 발견은 계속됐다. ‘고졸신인’ 염종석은 데뷔 첫 해부터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차 지명으로 입단한 대졸신인 박계원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강 감독의 롯데 2기 마지막해였던 1993년에는 연습생 출신 윤형배가 14승과 함께 2점대(2.46) 방어율을 찍으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고, 야수진에서는 고졸 3년차 김민재가 백업멤버로 본격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비록 강 감독 시절 뜬 투수들은 롱런하지 못했지만 야수들은 1990년대 말까지 롯데에서 핵심멤버로 활약했다. 강병철 감독의 빛과 그림자였다. 1994년부터 한화를 맡은 강 감독은 팀 성적은 기대만큼 기록하지 못했지만 유망주 육성에서는 힘을 발휘했다. 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시기 한화는 세대교체가 가증 큰 화두였다. 그러나 부임 초 강 감독은 기대만큼 팀 성적도, 유망주 육성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정민철이나 구대성 같은 젊은 투수들이 어깨가 빠지도록 던지고 또 던졌다. 하지만 1996년 2차 2번·3번으로 입단한 대졸신인 이영우와 송지만을 즉시전력으로 키워냈다. 데뷔 첫 해부터 이영우와 송지만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으며 급성장했다. 두 선수는 훗날 1999년 한화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 됐다. 1997년 데뷔 첫 해부터 16홈런을 친 백재호도 강 감독 시절에 성장했다. 2000년 SK 창단감독으로 부임한 강 감독은 3년간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투수진에서는 이승호·제춘모·채병룡이, 야수진에서는 이진영·이호준·채종범이 대표적이었다. 이승호의 경우에는 무리한 연투로 후유증을 겪었지만 야수들은 무럭무럭 성장해갔다. 이진영과 이호준은 강 감독이 떠난 2003년부터 리그 톱클래스 활약으로 그해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2007년에는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주도했다. 이진영이 가장 고마워하는 지도자가 바로 강 감독이다. 데뷔 초 심각한 타격부진을 보였던 이진영을 끝까지 밀어주고 성장시킨 사람이 바로 강 감독이었다. 해태에서 트레이드돼 온 이호준도 강 감독의 신뢰 속에서 발전해갔다. ▲ 2군 감독 강병철 강병철 감독은 롯데 부임 3기째였던 2006·2007년 2년간 역시 젊은 선수들을 많이 키워냈다. 가능성 있는 타자에 불과했던 이대호를 트리플 크라운 타자로 성장시킨 것도 결과적으로 3루수였던 이대호를 1루수로 옮겨 수비 부담을 덜어내고 타격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강 감독의 나이스한 판단 덕이 없지 않았다. 이대호외에도 이승화·정보명·김주찬·이원석 등이 강 감독 밑에서 성장했다.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이인구가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지만, 강 감독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선수들을 키우는 데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제8구단’ 센테니얼이 강 감독에게 2군 감독직을 맡긴 것도 유망주 육성차원이다. 강 감독은 투수 기용에서 적잖은 혹사 논란을 일으켰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은 2군에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역시절 스타플레이어 3루수 출신답게 야수들의 가능성을 짚어내고 기용하는 데에는 전혀 거리낌이 없다. 야구선배로서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줘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바로 ‘60대의 백발 노감독’ 강 감독이다. 그동안 강 감독은 2군 감독을 맡은 적이 없다. 항상 냉엄한 1군의 승부 세계에 몸담아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2군에서는 보다 여유있게 선수들을 육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센테니얼의 구단 구조를 살펴볼 때에도 유망주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 수익창출과 흑자구조를 목표로 한 센테니얼은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구단이 아니다.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 곧 전력이다. 선수는 궁극적으로 1군에서 크지만, 최근 들어 2군에서 성장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 선수수급은 박노준 단장, 선수육성은 강병철 2군 감독, 선수기용과 활용은 이광환 1군 감독이 맡으며 체계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광환 감독이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역량에 맡기는 자율야구를 추구하는 만큼 좋은 선수들을 잘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강 감독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유. 그만큼 강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센테니얼 2군은 1군의 최대 선수 공급처가 되어야 한다. ‘2군 감독’ 강병철이 변함없이 유망주들을 육성하며 팀 전력의 기반을 마련한다면 센테니얼의 수익창출과 흑자구조를 향한 도전은 더욱 탄력받을 것이다. 강병철 2군 감독의 역할이 1군 감독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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