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결전을 하루 앞둔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기나긴 여정의 첫 시작을 알리는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시아 3차예선 1차전은 말 그대로 치열한 첩보전이었다. 5일 오후 3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대표팀의 마지막 전술 훈련. 이번 훈련에서 허 감독은 수많은 취재진에 딱 15분간 내용을 공개했을 뿐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었다. 평소 파주 NFC에서 하던 대로 러닝과 스트레칭, 볼터치 위주의 가벼운 훈련만 실시하며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허용했다. 그러나 정확히 사전 약속된 15분이 흐르자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취재진을 그라운드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뭔가 비밀 리에 준비된 훈련이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 허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은 지난달 30일 칠레와 올해 첫 A매치(0-1 패)가 끝난 뒤 수 일간의 훈련을 통해 포백 수비진과 원톱을 중심으로 한 스리톱 공격라인을 집중 점검해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풀햄 FC) 이영표(토튼햄 핫스퍼)도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참가했다. 설기현과 이영표는 훈련 2일차, 박지성은 첫 훈련이었다. 이미 허 감독은 해외파를 이번 투르크메니스탄전에 집중 활용할 복안임을 내비쳐왔다. 설기현과 박주영 중 한 명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측면에 박지성을 배치해 공격력을 극대화한다는 게 기본 전략. 칠레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해온 수비진은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변화를 꾀했고, 왼쪽 측면에는 역시 경험많은 이영표가 포진해 안정된 플레이를 조율토록 할 계획이다. 물론 몇 가지 옵션이 존재하고 있다. 설기현이 측면에 배치될 수도 있고, 박지성이 미드필드 중앙에서 경기 전체를 조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결국 뚜껑이 열려봐야 아는 법. 투르크메니스탄의 라힘 쿠르반마메도프 감독은 "경기 결과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투르크메니스탄 주력 여럿이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와 터키에서 뛰고 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더욱이 기후 조건도 국내와 투르크메니스탄이 동일해 한국이 쉽사리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향한 허정무호의 첫 발걸음은 비밀 훈련으로 서서히 준비되고 있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