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중단' 현대 선수단, ‘센테니얼, 실체를 밝혀라’
OSEN 기자
발행 2008.02.06 08: 44

'공중분해'될 처지에 놓인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은 지난 이틀 동안 훈련을 중단한 채 회의를 거듭했다. 자신들을 모태로 신생팀을 창단하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김시진 감독을 제외하고 이광환 전 LG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코칭스태프를 대거 경질하는 것을 비롯해 선수단 및 프런트 고용승계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히자 선수들은 훈련을 중단한 채 대책을 논의했다.
이틀간 회의 끝에 선수단은 고참 4명을 대표로 해서 지난 5일 센테니얼의 박노준 초대 단장 내정자를 만나 면담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현대 선수들은 ‘정식 창단 절차부터 밟아라. 선수단 및 프런트 직원을 100% 고용승계하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선수들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면 ‘연봉 고통분담을 감수하겠다’고 밝혔고 수용되지 않는다면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다른 인수기업을 찾겠다’는 선수단의 의견을 알렸다.
현대 선수단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함께 고생한 코칭스태프가 대거 경질되는 것은 물론 센테니얼이라는 회사의 실체에 대해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아직 가입금(120억 원)도 내지 않고 정식 창단 절차(KBO 이사회 및 총회 승인)도 밟지 않은 센테니얼이 감독을 비롯해 코치들을 대거 경질하고 메인 스폰서 계약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에 선수단의 실망이 크다.
박 단장을 면담한 한 선수는 “우리들이 돈 때문에 이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선수단은 요구사항이 수용되면 연봉 삭감도 받아들이기로 결의했다”면서 “대개 인수나 창단하는 팀은 일단 전선수단 및 프런트를 1년 정도는 안고 가면서 정리작업을 한다. 그런데 센테니얼은 창단 승인조차 받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단 및 프런트 정리작업부터 하며 선수들의 사기를 꺾어 놓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또 “도대체 센테니얼이라는 회사가 무엇하는 곳인지, 메인 스폰서는 얼마에 어디가 하는지 등을 알 수가 없어 선수들이 불안해 한다. 아직 창단 승인이 나지 않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신임 코칭스태프 발표, 선수단 및 프런트 구조 조정 등을 언급하고 있다. 정작 필요한 선수단과 만남은 아직까지 없다. 선수단을 만나 실체를 설명하고 가이드라인을 먼저 줘야 하지 않나”며 답답해했다.
현대 고참들은 야구선수 및 해설자 출신인 박 단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우리가 어떻게 한 시즌을 힘들게 버텨왔는지 보지 않았느냐. 그런 분이 이럴 수가 있느냐. 최소한 1년 정도는 선수단을 끌고 가면서 정리 작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센테니얼의 ‘앞과 뒤’가 맞지 않는 일처리에 강하게 항의했다.
선수들에 따르면 박 단장은 그 자리에서 “선수단을 먼저 만나 가이드라인을 주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 센테니얼 대표와 KBO에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조만간에 답변을 주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단장은 이장석 센테니얼 대표와 함께 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원당구장의 찾아 현대 선수단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연 이 자리에서 어떤 답변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훈련을 중단한 채 센테니얼과 맞서고 있는 현대 선수단은 ‘센테니얼이 실체를 밝히고 야구단 운영의 청사진을 보여달라’는 주문이다. 물론 지난 시즌 내내 함께 고생한 선수단 및 프런트의 100% 고용승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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