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을 앞두고 시민구단을 대표하는 대전 시티즌의 김호(64) 감독과 도민구단 경남 FC의 조광래(54) 감독의 가슴은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잘 해결될 것 같은데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용병 문제 탓이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 대전과 경남 모두 용병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느 구단들처럼 해외로 나가지 않고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대전은 단 한 명의 용병도 데려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높은 몸값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 감독은 프랑스 국적으로 스위스 리그에서 뛰고 있는 장신 공격수 에릭 하슬리 영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거의 25억 원이 호가하는 이적료에 대전 구단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임대료만 10억 원이 넘는단다. 대전 구단도 김 감독의 의지대로 전폭적인 지원을 희망하고 있으나 한 시즌 운영비가 75억 원선에서 결정되는 상황이라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난 주말 통영에서 만났던 송규수 신임 사장도 "마음이야 김 감독이 희망하는 대로 모든 지원을 하고 싶어도 25억 원은 지나친 액수가 아닐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체 용병을 물색하고 있지만 김 감독의 깐깐한 기준을 통과할 만한 선수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몇몇 후보들이 테스트를 받았으나 아직 통과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사이프러스에서 2008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여념이 없는 조광래 감독도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시즌 6강 돌풍의 주역이었던 뽀뽀는 J리그로 떠났고, 득점왕 출신 까보레도 일본행을 희망하고 있다. 경남 관계자가 줄곧 일본 진출 의사를 고수 중인 까보레를 설득하기 위해 브라질 현지로 나갔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지난달 21일 선수단에 합류한다고 했던 까보레로부터 가타부타 소식이 없다. 조 감독은 "용병을 한 명 덜 쓰더라도 까보레는 꼭 붙잡고 싶다"고 호소하지만 까보레의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딱히 나서기 어렵다. 그나마 토종의 실력이 날이 갈수록 향상되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다. 공교롭게도 서로 비슷한 사안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두 사람은 국내 축구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라이벌들이다. 수원 창단 초 김 감독과 조 감독은 각각 사령탑과 수석코치의 신분으로서 함께 했다. 95년부터 97년까지 수원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은 98년 1년간 헤어져 있다가 99년 조 감독이 안양LG(현 FC 서울)의 지휘봉을 잡으며 10승1무10패의 대접전을 벌여왔다. 서로 붙었다 하면 승패가 명확히 엇갈리는 혈전을 벌이던 김 감독과 조 감독. 수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오랜만에 다시 만난 두 라이벌의 기대했던 빅뱅이 혹시 용병없이 치러지지는 않을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