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최연성 박용욱의 코치 변신 '주목'
OSEN 기자
발행 2008.02.06 16: 57

2008년을 시작하기 무섭게 e스포츠쪽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KTF 김동수·조용호의 은퇴, 이병민의 이스트로 이적으로 시작한 사정의 칼바람은 SK텔레콤 코칭스태프 전원 경질로 번졌다. 그 중 e스포츠 최고 명문프로게임단인 SK텔레콤 올드게이머 최연성(25)·박용욱(25)의 플레잉코치 변신은 한 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최연성과 박용욱은 과거 2005시즌과 2006시즌 전기리그까지 SK텔레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들. 압도적인 물량으로 상대를 넉다운시키던 '괴물' 최연성과 집요하게 상대를 초반부터 물고 늘어지던 '악마' 박용욱의 경기는 많은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2007년은 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전무후무한 4시즌 연속 우승인 '오버 트리플 크라운'의 영광을 뒤로 한채 이들에게 찾아온 적은 뜻 밖의 복병은 바로 '부상'이었다. "2007년을 붙태우겠다"던 최연성과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겠다"던 박용욱의 바람과는 달리 각각 손목 터널 증후군과 '견관절 재발성 탈구'로 고장을 일으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연성의 경우 양대리그를 오갔지만 예전 '괴물' '본좌'로 불리던 시절의 경기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용욱 또한 고질적인 왼손목 터널 증후군과 오른 어깨 탈구 증상으로 키보드를 제대로 붙잡지 못해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선수 생명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던 시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왔다. 바로 플레잉코치로써의 변신이다. 팀의 맏형인 최연성과 박용욱은 지난 4일과 5일 서울 용산 e스포츠 보조경기장에서 치러진 양대 방송국 개인리그 예선전에서 코치로서의 사실상 첫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달 23일 코칭스태프 개편 이후 처음 갖는 예선이었지만, 도합 5명을 개인리그 본선에 진출시키며 너무나 훌륭한 출발을 보였다. 물론 선수들의 기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초보 코치 최연성과 박용욱의 노력하는 모습은 많은 관계자들의 칭찬을 끌어냈다. 한 관계자는 5일 MSL 8강전이 끝나고 나서 한 가지 일화를 들려줬다. 예선 현장에서 있었던 대처 능력에 대한 칭찬. "항상 어리게만 봤던 박용욱 선수가 아닌 박용욱 코치를 느꼈다. 방송 진행을 위해 한 요청을 그는 정중하게 '이틀간 진행하는 예선에서 전략 노출의 위험이 있다. 죄송하지만 우리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예전 선수시절 이었다면 자기 자신을 챙기기도 바빴던 프로게이머에서 지금은 팀원들을 보살펴야 하는 코치의 입장으로 달라진 그를 느낄 수 있었다. 최연성 코치도 훌륭했다. 박 코치와 함께 현장 상황을 중복 확인하며 후배들을 이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들의 코치 변신을 미덥지 않게 보는 이들도 있다. 생각하지 못했던 뜻밖의 변신이고,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라 이들의 미래 자체를 불투명하게 보는 점. 그러나 첫 출발은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다. 곧 설연휴가 끝나면 SK텔레콤의 새로운 감독이 발표된다. 새로운 감독과 함께 최연성·박용욱 초보 코치 듀오가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도 2008시즌을 지켜볼 재미이다. 어쨌든 자리를 바꾸게 되면 무언가는 새로워지게 된다. 선수에서 코치로 전공을 바꾼 최연성과 박용욱의 변신이 프로리그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를 걸어본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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