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파워. 세계를 놀라게 했던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한국 축구의 원동력이었고, 더욱 밝은 내일과 미래를 약속할 수 있었던 희망의 증표였다. 6일 오후 8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전후반 4골을 몰아치며 4-0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달콤한 승점 3점. 설기현(29, 풀햄FC)이 바로 그 중심에 있었다. 박지성, 이영표와 함께 나란히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휘젓고 있는 설기현은 스리톱 오른쪽 윙 포워드로 맹활약하며 2골-1도움을 기록,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549분의 무득점 행진의 종지부를 찍은 곽태휘의 득점도 설기현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김두현 투입으로 스리톱 왼쪽 날개로 이동한 박지성과 호흡을 이룬 이영표의 돌파에 투르크메니스탄 수비진 신경이 온통 몰렸고, 이때 설기현의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가 작렬한 것. 아름다운 궤적을 그린 볼은 정확히 투르크메니스탄 문전 왼쪽에 위치해 있던 중앙 수비수 곽태휘의 이마를 맞혔고, 두 손을 높게 펼쳐든 상대 골키퍼 베르디예프의 손을 넘겨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탓인지 전반 중반까지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던 설기현이었지만 박지성이 측면을 오며 좌우 밸런스를 이루게 되자 더욱 탄력을 얻었고, 날카로운 플레이가 보다 위력을 더했다. 설기현의 진가는 후반 12분 완벽하게 드러났다. 박지성-이영표가 측면을 침투하고, 원톱 박주영이 투르크메니스탄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하는 틈을 타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그대로 중거리 슈팅을 꽂아넣은 것. 자신감을 얻은 설기현은 후반 38분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또 한골을 추가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본 득점이었다. 설기현은 지난 2006년 9월 6일 수원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 라운드 대만전에서 2골을 넣은 뒤 근 1년 4개월여만에 골 맛을 보게 됐고, 지난달 30일 칠레전 0-1 패배 이후 잠시 주춤했던 허정무 감독의 어깨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거침없이 전진하게 될 한국 축구의 경쾌한 시작을 알린 투르크메니스탄과 한판. 확실히 설기현은 상암벌을 찾은 2만 7500여 관중들에게 화끈함을 선사했다. yoshike3@osen.co.kr 6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에서 설기현이 마지막 4번째 쐐기골을 터뜨리고 있다./상암=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