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중원 장악하며 '해결사' 역할까지
OSEN 기자
발행 2008.02.06 21: 56

왜 허정무 감독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프리미어리거를 부를 수 밖에 없었는가. 어째서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인가를 여실히 증명해보인 멋진 한판이었다. 6일 오후 8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첫 경기서 한국은 전반 43분 곽태휘의 선제 헤딩골과 설기현의 후반 12분과 37분 2골, 박지성의 후반 25분 추가골로 4-0으로 승리, 값진 승점 3점을 확보했다. 세계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은 허정무 감독이 준비한 4-3-3 포메이션의 미드필드 중앙에서 경기 전체의 공수를 조율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더블 보란치’를 이룬 주장 김남일과 조용형이 배후를 받치며 자유로운 공격 전개를 보장한 가운데 박지성은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특유의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진영을 뒤흔들었다. 한국의 모든 공격이 박지성의 이동 경로에 따라 달라졌다. 투르크메니스탄 수비수들이 박지성의 위치에 맞춰 움직이는 바람에 한국은 상대의 빈 공간을 자주 파고들 수 있었고, 공격 루트를 확보할 수 있었다. 순간적인 침투 능력도 그대로 발휘됐다. 폭넓은 움직임으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던 박지성은 폭발적인 탄력을 내세워 문전 침투, 순간순간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과 나란히 위치하기도 했다. 전반 30분경 염기훈이 뒤로 빠진 틈을 타 수비 2명을 따돌리고 왼쪽 측면으로 빠르게 돌파하던 모습은 박지성의 장기를 여실히 증명하는 대목. 결국 볼을 빼앗기긴 했으나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충분했다. 박지성은 전반 40분 김두현이 투입되며 스리톱 공격진의 왼쪽 윙어로 포진, 포지셔닝 체인지를 시도해 상대 수비를 더욱 괴롭혔다. 불과 3분 뒤 오른쪽 크로스를 곽태휘가 헤딩골로 연결하던 순간에도 투르크메니스탄 수비수는 온통 박지성 주변에 몰려 있었다. 그럼에도 뭔가 2% 아쉬웠던 후반 25분, 마침내 박지성의 한방도 폭발했다. 상대 수비가 뒤로 물러난 사이 절묘하게 휘어지는 오른발 슈팅으로 대표팀에 3번째 골을 안겼다. 지난 2006 독일월드컵 예선 2차전 프랑스와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넣은 이후 처음이었다. A매치 통산 68경기-7호골. 멀티 플레이어답게 수비 가담 능력도 뛰어났다. 최전방에 포진한 설기현 박주영 염기훈의 바로 뒤쪽에서 플레이하다가도 일단 공격이 차단되거나 볼을 빼앗길 경우에는 어느새 포백 수비진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빠른 스피드를 가진 박지성의 돌파와 움직임에 투르크메니스탄 수비수들은 파울을 자주 범할 수 밖에 없었고, 설령 역습 찬스를 내주더라도 저돌적인 투지와 적극적인 몸싸움을 펼쳐 우리 진영으로 밀고 올라올 수 없도록 차단하는 역할도 소화했다. 이영표와 설기현 등 다른 프리미어리거들보다 하루 늦은 지난 4일 입국하는 바람에 다른 대표팀 선수들과 단 하루밖에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실로 완벽한 몸놀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박지성이란 존재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승부였다. yoshike3@osen.co.kr 6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박지성이 팀의 세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상암=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