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이윤열의 무자년 새해 인사
OSEN 기자
발행 2008.02.07 09: 09

이윤열(24, 위메이드)은 임요환, 홍진호와 같이 현재 e스포츠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역 선수 중의 한 명으로 소위 말해 설명이 필요 없는 '레전드 급' 선수다. '천재'와 '머신'으로 불리우는 그의 애칭은 그의 예리한 경기 스타일을 잘 설명해준다. 유일하게 스타리그 3회 우승으로 골든 마우스를 거머쥔 그는 지난해 팀이 위메이드로 창단되면서 3년간 최대 7억 5천만원이라는 엄청난 잭팟을 터뜨렸다. 최고 연봉 왕으로 등극했지만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이윤열은 근래 MSL서 37개월만에 8강 진출에 성공하며 2008년 쾌조의 출발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e스포츠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이윤열을 설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위치한 위메이드 연습실에 만나봤다. ▲ 어렵게 다시 온 기회 놓치지 않고 인정받고 싶다. 이윤열의 첫 데뷔 무대는 지난 2000년 ITV '고수를 잡아라'라는 프로그램. 당시 이윤열은 강자 중의 한 명이었던 최인규를 꺾고 주목받기 시작했다. 어느덧 세월이 지난 데뷔한지 9년차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천재'라고 부르지만 9년의 시간동안 많은 게이머들의 이름이 잊혀진거를 생각하면 그는 분명 노력하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때마침 2008년은 쥐띠인 이윤열에게는 반가운 무자년(戊子年). 이윤열은 2008년을 새로운 그가 되기 위한 도약기로 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번 쥐띠 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순조롭게 출발했다고 할 수 있죠. 현재 전성기 시절을 생각한다면 최상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해요. 요즘에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지금 노력했던 효과가 조금씩 눈에 보이고 있어요. 기다려 주세요." 이윤열의 약점을 많은 e스포츠 전문가들은 '기복이 심하다는 점. 즉 주변 환경 상황에 따라 외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점은 본인도 인정할 정도. 예전에 실전에서 기막힌 경기력이 나왔다면 이제는 설상가상으로 연습때와 경기장 모든 곳에 안됐다고. "25살이 돼서 그런지 기복이 더 심해졌어요. 그러면 안되는데(웃음). 제 노력이 부족했겠죠. 요즘에는 최대한 그런 기복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과는 다른 분들은 어떡해 보실지 모르지만 저는 현재 만족하고 있습니다. 순조롭다는 것이 꼭 승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더라도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는 경기가 있거든요. 전에는 정말 민감했는데 이제는 무덤덤하게 경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음가짐을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요." 이윤열은 2007년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부터 시작했던 악몽 같던 13연패를 끊어낸 뒤 여세를 몰아 37개월만에 MSL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예전 같으면 당연하게 생각할 있는 얘기지만 이윤열에게 이번 8강 진출의 의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이 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늘에서 도와주는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하늘이 주신 기회를 허무하게 놓치고 싶지는 않아요. 쉽지는 않겠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말 최선을 다할거에요. 8강 상대인 (박)성균이도 강하고 좋은 선수고, 4강에서 만나게 될 (이)제동이나 (이)영호도 훌륭한 선수들입니다. 그런 강자들을 이기고 올라간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윤열을 다시 인정하지 않을까요." ▲ 달콤했던 우승의 맛 다시 느끼고 싶어. 2008년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윤열은 큰 소리로 "프로리그 우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위메이드는 최근 후기리그 우승팀인 르까프의 연습 상대를 해준 바 있다. 이윤열은 박성균, 김재춘과 함께 르까프 숙소에 합류해 르까프 우승에 큰 보탬이 됐다. 이윤열은 팬택시절 스카이 프로리그 2004 2라운드에서 우승을 경험한 적이 있다. 매년 광안리를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를 정도인 그가 이번 르까프의 우승을 지켜보면서 우승의 대한 열망을 더 키웠음에 틀림 없다. "우승의 맛은 너무나 맛있습니다. 한 번 밖에 느끼지 못했지만 결코 잊을수 없습니다. 다시 결승무대가 그립고, 결승 무대를 생각하고 연습을 하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지금 처럼 활성화된 무대가 아니었고, 프로리그에 대한 관심도 떨어졌죠. 매년 광안리는 가지만 주변의 횟집에서 우울함만 달랬어요. 이번 2008년 전기리그는 저와 우리 위메이드 폭스가 주인공이 꼭 될 겁니다." 이어 이윤열은 이제동에 대한 칭찬을 늘여놓기 시작했다. 르까프와 연습 당시 느꼈던 이제동의 행동거지 하나 하나에 대한 칭찬이었다. 특히 데뷔 9년 7년차 프로게이머로써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것들을 이제동이 하는 것을 보면서 느꼈다고.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한 것은 9년째 이지만 프로게이머 생활은 올해가 7년차네요. 최근 들어 르까프 이제동 선수와 연습할 시간이 있었는데, 정말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프로게이머는 당연히 목표와 열정이 있어야 하지만 겸손함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동 선수는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 너무 겸손해요. 최고 위치에 있음에도 불고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선후배들도 잘 챙기고요. 프로라는 수식어에 맞는 행동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 2008년을 이윤열의 해로 만들겠다. 이윤열이 세워둔 2008년의 목표는 모두 3가지. "무엇보다 프로리그 우승과 프로리그 다승왕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렇게 하면 프로리그 최다승도 계속 이어가지겠죠. 두번째는 지금 올라간 MSL, 앞으로 벌어질 곰TV 초청전 등 개인리그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는 개인리그가 있다는 이번에는 WCG 타이틀을 꼭 따내고 싶어요." 얼핏 보면 욕심이 많아 보이지만 이윤열에게는 하나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목표들이다. "물론 양대 개인리그 모두 올라가면 좋지만, 이제는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아요. 자신감을 찾고 저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 경기력이 나올 때까지는 무리하게 욕심 내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윤열은 자신에게 성원을 아끼지 않는 팬들에게 큰 절과 함께 새해 인사를 전했다. "요즘 응원을 와주시는 팬들이 많이 늘어나서 너무 감사드려요. 허무한 경기를 보여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와주셔서 너무 기쁩니다. 요즘에 계속해서 다짐에 또 다짐을 합니다. 허무하게 지지 않겠다고.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겠다고. 앞으로 제 경기를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새해에는 자기 자신만의 목표나 소망을 꼭 성취하셨으면 합니다."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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