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49분간 이어졌던 무득점과 무승 행진. 부담만 점점 가중된 가운데 한국 대표팀은 모처럼 골 가뭄 해갈과 함께 짜릿한 승리를 챙기며 설 연휴 첫 날 축구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허정무 감독이 누차 강조해온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첫 경기. 지난 6일 저녁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번 경기에서 대표팀은 내용에서도 알찬 모습을 보이며 4-0 대승을 일궈냈다. 터질 듯, 터질 듯 좀처럼 나오지 않는 득점에 상암벌을 찾은 2만5700여 명의 관중들이 초조해 하던 전반 43분 그토록 기다렸던 첫 골이 터졌다. 중앙 수비수 곽태휘가 설기현이 오른쪽 측면서 띄운 왼발 크로스를 그대로 헤딩으로 꽂아넣은 것. 한번 봇물이 터지자 대표팀은 후반 12분 설기현이 추가골을 넣었고, 25분에는 박지성이 득점 행렬에 가세했다. 종료 7분 전 나온 쐐기골도 설기현의 몫. 그러나 뭔가 아쉬웠다. 정작 대표팀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풀타임 출장한 박주영(23, FC 서울)이 무득점에 그친 점. 정조국이 허리 부상으로 팀을 이탈하고, 대체로 뽑은 조재진이 장염과 위염 증세로 빠지며 조진수(제주 유나이티드)와 함께 대표팀 공격진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던 박주영은 선발로 출전,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스리톱 공격라인의 꼭지점 역할을 맡은 박주영은 좌우 염기훈(박지성)-설기현과 함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투르크메니스탄 진영을 휘저었고, 자기 문전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던 상대 수비수들을 외곽으로 이끌어내 공간을 열어줬다. 그러나 타깃맨으로서의 고대한 한 방은 이날도 나오지 않았다. 박주영은 안정적인 볼처리와 특유의 ‘즐기는 플레이’로 투르크메니스탄 골키퍼 베르디예프와 단독으로 맞서는 등 완벽한 찬스를 얻어냈지만 무위에 그쳤다. 총 6차례의 슈팅 모두 불발. 박주영은 대신 1개의 어시스트를 했다. 후반 12분 나온 설기현의 2번째 골에 간접 기여했던 박주영은 정확히 13분 뒤 제2선에서 침투하던 박지성에게 상대 수비진을 피해 볼을 패스하는 탁월한 센스를 과시, 결국 도움을 올렸다. 투르크메니스탄전까지 A매치 22경기 동안 5골. 전문 골잡이의 기록이라고 보기에 조금은 초라하다. 작년 부상과 재활 치료를 병행한 탓도 있지만 박주영은 지난 2006년 3월 1일 앙골라와 평가전(1-0 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거의 2년째 침묵하고 있다. 허정무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이어진 공식 인터뷰에서 “활동량이나 움직임 등 박주영이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몇 차례 찾아온 좋은 찬스를 살려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박주영은 올해에도 대표팀과 올림픽팀, 소속팀 FC 서울을 오가며 3집 살림을 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과 올림픽 4강 진입이라는 포부를 안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첫 걸음을 막 뗀 2008년 한국 축구의 희망이 박주영임은 부정할 수 없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