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연기, 특급 배우의 통과 의례
OSEN 기자
발행 2008.02.08 09: 47

배우가 도전해야 할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부터 형사 살인자 핸드볼선수 화가 독립투사 등등. 많은 배역들 중에서도 실제와 같이 표현하기가 가장 어려운 인물이 있으니 바로 ‘장애인’ 연기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비장애인으로 살아온 연기자가 100% 그들의 입장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되지도 않는 연기력으로 어설피 표현하면 관객들에게 진심은커녕 ‘저 배우 연기 아직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을 스치게 하며 몰입을 방해한다. 어느 역할보다 실감나는 연기력과 진정성이 필요한 장애인 연기는 이제 배우라면 한번은 거쳐야 할 통과 의례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실감나는 연기로 극찬을 받은 배우는 영화 ‘오아시스’(2002)의 문소리다. 문소리는 극중 중증뇌성마비장애인 공주 역을 맡아 시종일관 뒤틀린 얼굴에 굽은 손과 발로 연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관객들은 그녀가 실제 장애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만큼 ‘오아시스’의 공주에 빠져들었다. 문소리는 현재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핸드볼 선수로 훨훨 날고 있다. ‘말아톤’(2005)의 조승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조승우는 극중에서 자폐증을 앓아 20살 청년이 됐음에도 5살의 지능을 갖고 있는 초원 역을 맡았다. 조승우는 어린 아이의 천진한 미소로 관객들의 마음을 열었다. 초코파이와 얼룩말, 달리기를 좋아하는 조승우의 눈빛은 조승우가 아닌 5살 초원이었다. 비장애인도 힘들다는 마라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그를 보며 관객들은 함께 가슴 뭉클해 하며 박수를 보냈다. ‘맨발의 기봉이’(2006)의 신현준도 있다. 신현준은 당시 “장애우 연기는 배우로서 한결 같이 꿈꿔 온 일이다”라고 밝히며 오랜 기간 하고 싶었던 배역으로 장애인 연기를 꼽았다. 신현준은 그 바람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어려서 열병을 앓아 나이는 40살이지만 지능은 8살에 머문 노총각 기봉 역을 실감나게 소화했다. 신현준은 엄마를 위해 달리는 것이 일상이 된 기봉을 연기하면서 그간 쌓아온 과장된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로 인정을 받았다. 오는 2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대한이, 민국씨’도 발달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드라마다. 최성국은 “이런 류의 연기를 5-6년 전부터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장애인 연기에 의지를 보였다. 최성국은 극중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눈빛으로 오버스러운 코믹 연기를 자제하고 초등학생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대한 역을 진지하게 소화했다. crystal@osen.co.kr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소리 조승우 신현준 최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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