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의 삼성, '지키는 야구'는 계속된다
OSEN 기자
발행 2008.02.08 15: 57

[OSEN=이상학 객원기자] 삼성 선동렬 감독은 전설적인 투수 출신이다. 통산 방어율 1.20은 불후의 기록이다. 선 감독은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지키는 야구’를 선언했다. 지키는 야구란 강력한 불펜을 중심으로 리드 점수를 9회 마지막까지 지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야구였다. 선 감독이 현역생활 말미 몸담았던 1990년대 말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가 이 같은 야구를 했다. 선 감독은 지키는 야구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선 감독 체제에서 가장 빛을 본 선수도 바로 지키는 야구의 ‘핵심’ 마무리투수 오승환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은 불펜이 무너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키는 야구의 한계를 느꼈다. ▲ 지키는 야구는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은 배영수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잃은 채 시즌을 치렀다. 팀 방어율이 선 감독이 수석코치로 삼성에 온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전체 4위(3.71)였다. 선 감독이 수석코치로 부임한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의 팀 방어율은 1위·3위·1위였다. 하지만 불펜은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의 불펜 방어율은 벌떼마운드를 자랑한 SK(2.71) 다음으로 좋은 전체 2위(2.94)였다. 오히려 SK 불펜보다 27이닝이나 더 많이 던진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삼성의 불펜이 뛰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은 블론세이브도 6개로 가장 적었다. 실질적으로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4위로 떨어졌다. 추락까지는 아니지만 다소 아쉬운 결과인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에는 비단 불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리드 점수를 만들어준 타선과 리드 점수의 토대를 마련한 선발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할 당시 삼성은 공수 밸런스가 좋은 팀이었다. 지키는 야구라는 표현도 사실은 이기는 야구였다. 2005년(614점)·2006년(538점) 삼성은 모두 팀 득점에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팀 득점이 리그 최하위(497점)였다. 지킬 점수마저도 제대로 얻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 불펜의 중심은 역시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프로야구 최초로 2년 연속 40세이브라는 기록과 함께 최소경기 개인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오승환 이전에 등판, 승리의 디딤돌을 놓는 프라이머리 셋업맨에는 권오준 대신 권혁과 윤성환이라는 새얼굴들이 들어섰다. 홀드 3위(19개)를 차지한 권혁은 2점대(2.79) 방어율을 찍었고 시즌 중 공익근무를 마치고 합류한 윤성환은 아예 1점대(1.04) 방어율을 기록했다. 선발과 불펜을 넘나든 ‘스윙맨’ 임창용과 안지만도 불펜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안지만의 불펜등판시 성적은 2승7홀드 방어율 2.69였다. 권오준이 잔부상으로 고생했지만 양적으로는 훨씬 풍부해진 삼성 불펜이었다. ▲ 지키는 야구는 변함없이 계속된다 선동렬 감독은 “중간과 마무리는 걱정없다. 선발진 구축이 관건”이라며 스프링캠프의 주된 과제로 선발진 구축을 꼽았다. 부상에서 돌아온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와 외국인 투수 웨스 오버뮬러가 원투펀치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전병호·윤성환·정현욱·이상목·조진호·차우찬 등 베테랑들과 젊은 피들이 남은 선발 세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권오준·권혁·오승환 등 선동렬 야구의 꽃들은 변함없이 불펜을 지킬 예정. 그러나 선 감독은 오승환을 걱정했다. “오승환이 걱정된다. 올 시즌에는 이닝수를 조절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오승환은 표면적으로는 이렇다 할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60경기에 등판해 64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4패40세이브 방어율 1.40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90이었고, 피안타율은 1할7푼9리밖에 되지 않았다. 9이닝당 탈삼진 역시 9.65개에 달했다. 8개 구단 주전 마무리투수 중 단연 최고 성적들이었다. 블론세이브도 겨우 2개밖에 없었고, 1점차 접전 세이브는 무려 13개나 됐다. 그러나 데뷔 첫 2년간 기록한 피홈런(6개)을 지난 한 해 동안 맞으며 구위 하락을 보였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홈런 두 방에 무너진 오승환이었다.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도 팔꿈치 통증을 느끼며 중도하차했다. 다행히 오승환의 팔꿈치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검사됐다. 하지만 등판간격 및 투구이닝에서 조절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승환은 철저하게 1이닝 마무리가 될 것이 유력하다. 그러나 삼성의 불펜은 변함없이 위력적이다. 윤성환이 선발진 진입을 노리고, 임창용이 일본으로 떠났지만 권혁이 건재하고 권오준이 부상에서 회복됐다. 지난 2004년에 이어 본격적인 ‘쌍권총’ 가동을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롱 릴리프로는 안지만과 권오원이 있다.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로도 조현근·백정현 그리고 신인 최원제가 대기하고 있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무너지지 않았고 올 시즌에는 더욱 위력이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선발진과 타선의 강화가 이뤄질 때 지키는 야구도 비로소 빛을 발할 것임에는 자명하다. 삼성은 이미 그것을 2007년 한 해 동안 뼈저리게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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