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외계인’ 요한 산타나(29)가 마침내 뉴요커가 됐다. 6년간 총액 1억3705만 달러라는 메이저리그 역대 투수 최고액에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었다. 1년 전 배리 지토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체결한 7년간 1억2600만 달러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산타나의 연평균 수령액은 무려 2292만 달러로,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선수는 2750만 달러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밖에 없다. 1년 전 지토와 달리 산타나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최근 ESPN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91.6%가 트레이드의 승자로 메츠를 택했고, 32.4%는 메츠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메츠가 산타나와 맺은 계약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지금껏 투수에게 연봉으로 무려 20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경우는 지난 2년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뉴욕 양키스를 누빈 로저 클레멘스가 유일하다. 메츠도 옵션으로 나름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계약기간 동안 사이영상 1회 수상 및 사이영상 투표 3위 내 1회, 사이영상 투표 3위 내 3회, 계약 마지막 3년간 연평균 210이닝 투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메츠가 우승을 위해 산타나를 데려왔다는 사실이다. 누구보다 산타나가 절실한 팀이 바로 메츠였다. 지난해 메츠가 충격의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신 데에는 에이스의 부재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츠의 선발진은 표면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15승 듀오’ 존 메인과 올리버 페레스가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은 큰 소득이었다. 선발진 방어율도 메이저리그 전체 11위(4.40)로 5계단이나 더 올라섰다. 그러나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다. 톰 글래빈만이 유일하게 200이닝을 넘겼다. 그러나 글래빈마저 방어율이 4.45로 메츠에서 보낸 마지막 4년 중 가장 좋지 못한 성적을 냈다. 결정적으로 8월부터 메인과 페레스가 무너졌고, 글래빈과 올란도 에르난데스는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9월 돌아온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분전했지만 타선에서 엇박자를 그렸다. 선발진의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으로 이어져 빌리 와그너의 부진을 야기했다. 산타나는 이 같은 메츠의 고민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 산타나는 풀타임 선발투수가 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70승32패 방어율 2.89, 탈삼진 983개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최근 4년간 가장 독보적인 기록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0.99로 전체 1위였고,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도 6.81이닝으로 전체 1위였다. 지난 4년간 산타나는 무려 912⅓이닝을 던졌고, 그보다 더 많이 던진 투수는 리반 에르난데스(애리조나·921⅔)가 유일했다. 지난해 후반기 부진만 아니었더라면 기록은 더 좋았을지 모른다. 2004년 만장일치로 사이영상을 수상하고, 2006년 한 번 더 사이영상을 탄 산타나에게 의심의 여지는 없다. 물론 산타나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 장기계약 투수들의 화려하지 못한 성적이 바로 그것이다. 7500만 달러 이상 거액에 5년 이상 장기계약을 체결한 투수들로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케빈 브라운, 마이크 햄튼, 마이크 무시나, 박찬호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몸값에 합당한 성적을 낸 선수는 마르티네스가 유일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먹튀가 됐다. 박찬호를 끝으로 한동안 거액의 장기계약 투수가 나오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에야 지토가 벽을 깼고, 카를로스 삼브라노가 시즌 중 5년간 9150만 달러라는 거액에 장기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토는 이미 계약 당시부터 집중적인 ‘예비 먹튀’ 취급을 받았다. 삼브라노도 올해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산타나도 마찬가지다. 기록상으로도 산타나는 불안요소가 잠재돼 있다. 지난해 후반기 부진도 그렇지만, 직구와 체인지업을 제외한 제3의 구종이 없어 장타를 맞는 일이 잦아졌다. 피장타율이 2004년(0.315)을 기점으로 2005년(0.346)·2006년(0.360)·2007년(0.405) 매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많은 피홈런(33개)을 맞았다.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간파당할 때면 체인지업도 무소용이었다. 체인지업은 힘 있는 직구와 짝을 이룰 때 위력이 배가 된다. 어느덧 서른을 눈앞에 둔 산타나는 직구 구속이 하락세에 있다. 그런 면에서 투수가 타선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로 옮기는 것, 투수친화적인 셰이스타디움을 홈으로 쓰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미네소타에서 투구수 관리를 받아온 산타나를 메츠 코칭스태프가 얼마나 관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 윌리 랜돌프 감독이 론 가든하이어 감독만큼 산타나를 관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메츠는 산타나를 획득함으로써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향해 탄력받을 수 있게 됐다. 모든 이들이 투수에게 장기계약을 안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현역 최고투수’ 산타나에게만큼은 예외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산타나가 온다고 해서 당장 메츠가 우승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산타나가 메츠로 올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고 애틀랜타로 돌아온 글래빈은 “랜디 존슨이 뉴욕 양키스에 입성할 때도 모두가 양키스의 우승을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과연 메츠와 산타나는 어떻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