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험난한 여정.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첫 경기를 4-0 대승으로 깔끔하게 장식한 한국 대표팀 앞에는 또 하나의 관문인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가 기다린다.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중국 충칭서 펼쳐질 제3회 EAFF 동아시아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북한 등 아시아 강호들이 풀리그로 자웅을 겨룬다. 승패 자체보다는 과정과 내용에 중점을 둘 대표팀이지만 동아시아 패권이 걸렸다는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첫 걸음은 가볍게 뗐으나 허정무 감독의 마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투르크메니스탄전 승리의 일등 공신이던 해외파들이 모두 각자 소속팀으로 되돌아간 때문이다. 주장 김남일(고베)을 제외하고 대표팀은 국내파 선수들로 대회를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토종 골잡이들의 침묵이 안타깝다. 지난 6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터진 4골중 3골이 해외파의 발 끝에서 터져나왔다. 나머지 한 골을 토종 곽태휘가 터뜨렸으나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다.
토종 공격수가 골 맛을 본지도 꽤 오래됐다. 작년 6월 29일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이근호(대구)와 염기훈(울산)이, 아시안컵 예선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최성국(성남)이 득점한 뒤 조용하다. 그나마 이근호와 최성국은 동아시아 엔트리서 빠졌다.
사실 지난달 30일 허정무호의 첫 번째 공식 A매치였던 칠레전에 국내파 공격수들이 출전,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0-1로 패하고 말았기 때문에 또다시 빈공을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조국(서울)이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서 빠지면서 대표팀의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아직 토종 공격수들은 허정무 감독 앞에서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경기에 모두 출전했던 원톱 박주영(서울)과 윙 포워드 염기훈, 칠레전에서 부상을 호소한 정조국 대신 투입돼 약 58분간 필드를 누빈 조진수(제주)도 모두 침묵했다. 플레이도 썩 좋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부상 치료와 재활중인 정조국을 제외한 대신 최근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 출전 엔트리에 고기구(전남)를 추가 발탁, 대회 조직위에 제출했다. 박주영과 조진수만 유이하게 남아있는 대표팀 공격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투르크메니스탄전이 끝난 뒤 해산했던 대표팀은 동아시아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9일 재소집된다. 13일 충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할 예정이다.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는 토종 공격수들의 침묵. 이번 동아시아 대회에서 허 감독이 꼭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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