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반발’ 센테니얼, ‘현대 정서’를 몰랐다
OSEN 기자
발행 2008.02.09 09: 43

설 연휴직전 팽팽하게 맞섰던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와 현대 선수단은 연휴기간 일단 휴전하며 소강상태였다. ‘창단 절차부터 밟고 100% 고용승계하라’고 요구하는 선수단과 ‘창단 절차가 잘못된 것은 인정하지만 100% 고용승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센테니얼은 다음 주에 결론을 낼 전망이다. 지난 4일 김시진 감독의 센테니얼 감독 탈락 시점부터 훈련을 중단한 채 3일간 대책회의와 이틀간의 설연휴를 가졌던 선수단은 9일부터 훈련을 재개했다. 현대 선수단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동고동락한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대거 경질과 선수들이 구조조정될 것이라는 센테니얼의 창단 작업이 문제가 있다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현대 한 고참 선수는 “비용절감을 내세우는 센테니얼의 구단 운영방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연봉 삭감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내내 구단 매각 사태로 힘든 가운데서도 팀을 지탱했던 김시진 감독과 코치, 그리고 선수들이 팀을 떠나게 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현대 선수단은 어느 구단보다도 끈끈한 ‘정과 의리’가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이 선수는 “센테니얼이 올 시즌은 작년 고생했던 멤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구조조정을 해도 될 일을 너무 서둘러서 문제를 만들었다”며 센테니얼의 창단 작업에 못마땅해했다. 이 고참 선수의 말처럼 현대 선수단은 다른 팀에 비해 선후배간의 정과 의리가 남다른 팀이었다. 코치들과 선수들이 오랜 기간 한 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함께 생활, 서로에 대해 잘안다. 김시진 감독이 10년을 몸담았던 것을 비롯해 투수 정민태, 전준호, 김수경, 그리고 야수에서는 이숭용 등이 창단 때부터 활약한 선수들이다. 코치들도 대부분 10년 이상 현대에서 활약한 것은 물론 신예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왔다. 선후배간의 위계질서 속에 끈끈한 정으로 뭉친 현대는 그라운드에서 힘을 발휘한 원동력이었다. 현대가 1996년 창단 후 12년 동안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데에는 선수단의 단결력이 원천이었다. 예전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가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을 달성할 때도 선후배간의 강한 단결력이 힘을 발휘한 것처럼 현대도 선수단의 끈끈한 정이 호성적의 밑바탕이었다. 현대 선수단은 고참 선수들이 빠지면 중고참 선수들이 나서서 팀을 추스르는 등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팀이다. 여기에 코치들은 때로는 형처럼 다정하게, 때로는 스승으로서 엄격하게 팀을 이끌어 강팀의 면모를 유지했다. 여기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프런트와의 관계도 탄탄한 팀이 현대였다. 프런트는 오랜 기간 선수들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주며 팀이 정상을 지키는 데 한 몫을 했고 선수들과 사적으로 만나면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이런 분위기이기에 새로운 코칭스태프가 대거 부임해서는 팀을 제대로 이끌기가 힘들다. 선수들이 받아들일 자세가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가 자기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되지 무슨 코치가 영향이 있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지만 현대 선수들에게 함께 고생한 코치들은 단순한 지도자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른바 ‘현대 정서’이다. 현대를 모태로 팀을 창단하는 센테니얼이 출발부터 삐끗한 한 원인에 ‘현대 정서’를 간과한 탓도 있다. 센테니얼이 ‘인수가 아닌 창단’이라는 점에 너무 몰두, 현대 정서를 무시한 행보를 보이면서 일이 꼬인 것이다. 센테니얼로서는 선수들의 정서를 아우르면서 빠른 시일 내에 가입금(120억 원)을 내고 창단 승인을 받고 메인 스폰서를 구해 선수들을 안심시키는 것만이 빨리 정착하는 길이다. sun@osen.co.kr 센테니얼의 박노준 초대 단장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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