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모(34)라는 멋진 배우가 있다. 잘 생겼고 목소리 좋고, 분위기까지 있다. 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팬들은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왜 저런 멋진 배우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사실 주진모의 진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극에서 자신을 숨죽이며 상대 여배우를 빛나게 하는 재주로 이상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배우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 점도 있겠지만 그 배우를 기용하는 이들의 처지에서는 이런 배우만큼 좋은 이도 없다. 2005년 SBS에서 방송된 ‘패션 70s’에서 주진모는 매우 매력적인 배역을 맡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결혼 후 복귀한 이요원에게 맞춰져 있었다. 2006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도 세인의 눈길은 ‘성형 신드롬’을 등에 업은 김아중에게 더 가 있었다. 2006년 SBS 드라마 ‘게임의 여왕’에서도 이보영을 더 빛나게 해준 주진모였다. 주진모의 이런 징크스 아닌 징크스를 바라보는 요즘 박지윤(26)의 심정이 복잡할 듯하다. 지난 1일 1, 2회가 방송된 SBS 금요드라마 ‘비천무’에서도 단연 박지윤의 매력은 빛나고 있었다. 4년씩이나 방영이 미뤄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든다.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설리’인데 4년 전이라면 더욱 강하게 다가왔을 터다. 박지윤은 정통 중국 무협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요즘 방송되고 있는 사극의 트렌드에 비춰봐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사극의 형태를 갖췄지만 전혀 사극 티를 내지 않은 대사가 그렇고 사극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구애 받지 않은, 막힘 없는 애정 표현이 그랬다. 돌이켜보면 제작방식뿐만 아니라 사극을 담아내는 내용까지도 선구적이었던 ‘비천무’다. 그렇기에 박지윤에게 방송이 늦어진 아쉬움은 더욱 커질 듯하다. 작년 10월, ‘비천무’가 SBS에서 방송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박지윤은 자신의 포토에세이 출판기념회에서 “방송이 된다는 소식을 중국에서 들었다. 함께 고생했던 스태프와 그 기사를 보면서 약간의 눈물과 고함을 질렀던 기억이 난다”고 밝힌 바 있다. 뒤늦은 방송에 대한 회한이 컸던 박지윤이다. 게다가 최근 활동 계획은 연기보다는 노래에 맞춰져 있다. 신곡 발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박지윤이다. ‘비천무’에서 발하고 있는 박지윤의 매력이 만시지탄이 될까 걱정스러운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100c@osen.co.kr 제작발표회에 나타난 박지윤의 최근 모습(왼쪽)과 ‘비천무’ 속의 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