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시애틀 매리너스에게 지난 2001년은 기분 좋은 추억으로 기억된다. 메이저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116승)을 달성하며 돌풍을 일으킨 한 해였기 때문이다. 스즈키 이치로는 데뷔 첫 해부터 MVP와 신인왕을 동시석권했고, 제이미 모이어는 20승을 올렸으며 브렛 분, 에드가 마르티네스, 존 올러루드는 막강 중심타선을 형성했다. 또한 루 피넬라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고, 팻 길릭 단장은 올해의 단장상을 차지했다. 여기에 보무도 당당히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그것이 시애틀에게 마지막 가을 잔치였다. 길릭 단장이 팀을 떠난 2004년부터 시애틀은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길릭을 대신한 빌 바바시 단장의 이름은 졸지에 ‘바보 중의 바보, 시애틀 단장’으로 조롱거리가 됐다. 하지만 바바시 단장은 조금씩 시애틀을 강 팀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2005시즌을 앞두고 거액을 들여 동시영입한 에드리안 벨트레와 리치 섹슨이 동시에 날진 못하나, 동시에 무너지지도 않는다. 매 시즌, 둘 중 하나는 꼭 중심 타선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2006시즌 전 데려온 왼손 투수 제로드 워시번도 지난해 팀에서 가장 많은 투구이닝(193⅔)을 던졌다. 영입 당시에만 하더라도 비난 여론이 만만찮았던 일본인 포수 조지마 겐지는 이제 팀의 주전포수로 자리매김했고, 지난해 팀 최다승(16승)을 거둔 미겔 바티스타도 마찬가지다. 바바시 단장이 취임한 2004년 시애틀은 99패를 당하며 지구 최하위로 추락했고, 이후에도 3년 연속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바바시 단장 취임 후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넘어서며 지구 2위(88승74패)를 차지했다. 취임 이후 매년 팀 승률이 상승 곡선을 있다는 점은 나름 고무적이라면 고무적이다. 5년간 9000만 달러에 이치로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팀 전력 기반을 지킨 시애틀은 비록 기대했던 일본인 투수 구로다 히로키를 영입하지 못했으나 ‘특급 좌완’ 에릭 베다드를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영입, 선발진을 대폭 강화했다. 선발진이 극도로 약했던 시애틀에게 베다드는 최상의 선택이다. 바바시 단장은 “우리는 최고의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유망주들을 잃었지만, 대신 당장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뜨거운 기대를 표했다. 지난해 시애틀은 선발진이 리그 최하위권 수준이었다. 개막전에서 탈삼진 12개로 8이닝 무실점으로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던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시즌 초반에나 잠깐 ‘킹’에 어울리는 면모를 보였을 뿐 부상 이후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시애틀의 선발진 방어율은 리그 전체 27위(5.16)에 불과했고, 투구이닝(928⅔)도 전체 21위밖에 되지 않았다. 강력한 불펜에 비해 선발진이 기본을 해주지 못한 것이 치명타였다. 그런 시애틀에게 특급좌완 베다드의 가세는 큰 힘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베다드는 아직 한 시즌 200이닝을 돌파한 적이 없다. 지난해에도 8월말 복사근 부상으로 시즌을 완전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물론 연봉 조정신청 자격으로 최대 800만 달러를 요구한 베다드의 연봉은 부담이 적은 편이다. 베다드는 2년 후 FA가 된다. 이 기간 동안 시애틀은 베다드를 검증할 것이다. 타선의 응집력과 불펜의 막강함을 고려할 때 시애틀의 선발진 강화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지난 2년간 10승씩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시애틀이 베다드의 가세로 ‘맹주’ LA 에인절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