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거리 슈팅으로 K리그 무대서 10골쯤 넣고 싶어요”. 울산 현대의 새로운 에이스 이상호(21)는 서슴없이 자신의 올 시즌 목표를 ‘10골을 넣는 것’이라고 밝힌다. 단순한 10골이 아니다. 모두 중거리 슈팅으로 넣고 싶단다. 이유도 간단했다. 그저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란다. 2008 베이징 올림픽대표팀과 소속팀 울산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이상호가 일본 가고시마 전훈에 앞서 홍콩 구정국제대회 참가차 떠나기 전 남긴 말이다. 이상호는 프로 무대에 데뷔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올해로 벌써 3년차.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그간 39경기에 출전했고, 6골-3도움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4골(1도움)을 올렸다. 당연히 만족할 수 없다고 했다. 올림픽 예선에 참가하느라 어쩔 수 없었지만 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 한 해는 화끈한 득점 레이스를 펼치고픈 욕심이 있다. 7월 올림픽 본선에 대비해 소집되기 전까지 최대한 소속팀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다. 이상호는 기왕하는 득점이라면 꼭 중거리 슈팅으로 뽑아내고 싶다. “힘껏 찬 슈팅이 그물에 걸리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짜릿해요”란 한마디에 모든 게 느껴진다. 데뷔 첫 해였던 지난 2006년 5월 부산 아이파크와 홈경기서 중거리 슈팅으로 데뷔골을 넣은 뒤 기억이 멈췄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종종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하곤 했는데 프로는 확실히 다르다고 덧붙인 이상호에게 올 해는 각별하다. 울산의 K리그 평정과 올림픽 본선 메달권 진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을 펼쳐야 하기 때문. 어렵지만 불가능하다고 여기진 않는다. “자신있어요. 노하우도 많이 쌓였죠. 작은 키(170cm)로 인해 제공권에서 밀리지만 수비수와 최대한 경합과 마찰 빈도를 줄이면 되죠. 골 지역에서 볼을 컨트롤하고 파울을 유도하는 능력도 갖게 됐습니다. 이번 시즌이야말로 제 진가가 드러나는 해입니다”. 사실 김정남 울산 감독과 박성화 올림픽팀 감독이 이상호에게 주문하는 사항은 각각 차이가 있다. 김 감독이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문한다면 박 감독은 수비 안정에 최초 주안점을 둔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으나 각 사령탑의 특성을 파악한 지금은 어디든 편하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같은 플레이입니다. 두 감독님 모두 특정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 멀티 플레이를 제게 원하고 계세요. 개인적으로 공격진 배후를 책임지는 섀도 스트라이커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중앙이든, 측면이든 다 잘할 수 있습니다”. 털털하고 밝은 성격의 이상호. 의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를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았다. 볼을 잡으면 마치 탱크같이 저돌적으로 변하는 모습이나 수비 가담에서도 철저한 플레이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고 했다. 당연히 외국 무대에도 서고 싶다. 하나 의외로 소박했다. 일본 J리그가 첫 목표란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진 않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고픈 생각에서다. 처음부터 무리한 욕심에 유럽을 고집하다 스스로 어려움에 봉착하는 상황을 맞고 싶진 않단다. “당연히 잉글랜드도 가고 싶죠. 좋아하는 루니도 있고…. 많은 축구팬들이 환호하는 꿈의 무대가 바로 프리미어리그 잖아요. 그런데 전 일본부터 가고 싶어요. J리그는 현재 실력으로 충분히 통할 것 같아요. 일단 일본에서 만개한 뒤 다음 목표를 정할래요”. 그렇다면 축구 이외에 다른 목표는 없을까. 20대 초반 또래들이 그런 것처럼 대학 진학과 애인 만들기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작년 말 울산 지역 한 대학에 입학 원서를 넣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며 한숨이다. 캠퍼스 생활은 누리기 어렵겠지만 애인만은 꼭 만들고 싶다. “어릴 적부터 축구만 하느라고 지식을 쌓을 틈이 없었죠. 때문에 공부라는 것을 꼭 해보고 싶답니다. 흔히들 공부처럼 쉬우면서 어려운 게 없다고 하잖아요. 그나저나 대학에서 아무 소식이 없으니 좀 불안하네요. 똑똑한 애인도 만들고 싶은데…”.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