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리얼리티, 지상파 TV 앞서간다
OSEN 기자
발행 2008.02.10 09: 41

그야말로 리얼리티 프로그램 홍수시대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무한도전’ ‘1박 2일’, ‘라인업’을 비롯해 너도나도 리얼리티에 눈을 번쩍 뜨고 귀를 쫑긋 세운다. 비단 지상파뿐만이 아니다. 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여기서 한발 더 앞서간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소재들이 네모난 브라운관을 통해 실제 눈으로 보이고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탄성이 입술을 비집고 절로 흘러나오게 만든다. 특히 케이블 리얼리티는 연예인들의 출연대신 ‘일반인’이라는 구미 당기는 양념을 추가해 시청자들 앞에 먹기 좋게 내놓는다. 물론 ‘진실게임’이나 ‘스타킹’처럼 지상파에서도 몇몇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종종 있어 왔다. 하지만 이와 케이블 리얼리티를 나란히 비교하고 있노라면 후자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인 여성 출연자가 역시 일반인인 남성 출연자를 펫으로 키운다는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부터 헤어진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공개적으로 찾는 ‘재희의 추적 엑스보이 프랜드’, 현대판 우렁각시를 표방하는 ‘판타지걸 꿈생’, 여기에 스토리온의 ‘돌싱클럽’은 아예 실제 이혼녀인 일반인들이 드라마에 출연하기까지 한다. 이렇듯 먹기 좋게 양념이 쏙 베어 들어간 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선정성과 저급성이라는 독한 조미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겉으로는 비난하지만 시청률은 상한가를 치는 모순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인간의 관음증 같은 사회적 고민들을 비웃기나 하듯 거의 모든 케이블 프라임 타임에는 이런 류의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편성돼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먹을 땐 맛있을지 몰라도 먹고 나면 뭔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남는다. 그렇다면 이 같은 방송에 출연하는 일반 출연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방송출연을 결심하게 되는 것일까. 실제 연인들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사랑과 갈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이특의 러브 파이터’에 출연한 한 커플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너무도 출연하고 싶었다”면서 “실제 주위에서도 방송에 출연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래도 우리가 오픈하고 싶지 않는 면이 방송 중 공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출연이 망설여지긴 하지만 이미 출연 결심을 했고, 어디까지나 방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수하려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채널 Mnet의 한동철 팀장은 “이제 시청자들은 꾸며진 이야기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를 더 원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팀장은 “그러다보니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연예인들에게도 평소의 생활 모습과 평범한 일상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연예인들이다 보니 대중에게 있는 그대로의 100%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어렵고, 그들이 평범하다고 말하는 일상들은 대중이 느끼는 것과는 어느 정도 괴리감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일반 출연자들의 방송 출연은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들이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누구나 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다 보니 더 많은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본다”는 생각을 전했다. 물론 이 같은 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 가운데는 리얼리티 나름의 긍정적인 의미를 잘 살려가고 있는 몇몇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케이블은 무조건 선정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트린 tvN의 휴먼 다큐멘터리 ‘소풍’이 바로 좋은 예다. 시한부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마지막 여행을 하는 과정을 통해 핵가족 시대에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숭고한 가족애를 되찾고자 기획된 ‘소풍’은 당초 8회를 기획했으나 높은 호응에 힘입어 현재 15회가 진행중이다. 또한 하루 24시간이 짧은 형사들의 인간적인 애환을 녹여냄으로써 잊고 있던 그들의 고마움을 다시금 느껴보는 프로그램인 ‘형사’와 시민들의 고민해결에서부터 사회전반에 걸친 이슈 등 다양한 주제들로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는 현장토크쇼 ‘택시’ 등도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사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결국 시청률만을 위해 무조건적인 선정성으로 한발 더 앞서가려는 케이블 리얼리티는 당장 몇 걸음 더 빨리 갈 수 있을 진 몰라도 나중엔 깊은 수렁 속에 빠질 수도 있음을 잘 기억해야한다. 아울러 지상파를 비롯한 각 케이블 방송사들은 리얼리티 형식의 장점을 잘 살려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시급한 때다. yu@osen.co.kr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코미디TV의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과 스토리온의 ‘돌싱클럽’, tvN의 ‘택시’와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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