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위풍당당 양준혁(39, 삼성)이 직진 대신 우회를 선택했다. 왼쪽 발목 부상으로 팀 전지 훈련에 합류하지 못했던 양준혁은 오는 1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2차 해외 전훈에 합류한다. 지난해 8월 17일 잠실 LG전에서 6-1로 앞선 4회초 공격 때 중전 안타로 1루를 밟은 뒤 박진만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홈으로 들어오다 왼쪽 발목을 접지른 양준혁은 "숨가뿐 4강 경쟁을 위해 빠질 수 없다"며 '2주 동안 휴식을 취하라'는 의료진의 권유를 뿌리치고 사흘간 쉰 뒤 출장을 강행했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까지 진통제를 맞으며 부상 투혼을 발휘한 양준혁은 발목 부상 치료 때문에 예년보다 늦은 시즌 준비에 돌입할 예정. 그동안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훈련과 치료를 반복한 양준혁은 부상 재발을 우려해 몸을 아낄 전망.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야 땅볼을 친 뒤에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그의 열정은 후배들의 귀감이 된 바 있다. 외야 수비에도 애착을 드러냈던 양준혁은 아쉽게도 글러브를 끼지 못하고 방망이만 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큰 체구(188cm 95kg)에 어울리지 않게 민첩한 몸놀림으로 베이스를 훔치는 모습과 다소 엉성한 그의 외야 수비를 보기 어렵지만 방망이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각오. 발목 부상 속에서 겨우내 상체 훈련에 전념했던 양준혁은 지난 시즌 초반 홈런 부문 단독 선두를 기록했으나 무더위 속에서 주춤했던 아쉬움을 털어낼 태세이다. "부상없이 전 경기에 출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양준혁은 그의 바람대로 전 경기에 출장할 경우 사상 첫 개인 통산 2000경기 출장을 달성하게 된다. 지난해 프로야구 최초로 개인 통산 2000안타의 시대를 열었던 양준혁이 한국 프로야구사에 새로운 한 획을 긋게 되는 셈. 지난 1993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뒤 변함 없는 성적을 기록한 양준혁이 발목 부상을 딛고 올 시즌에도 불방망이를 휘두를 것인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what@osen.co.kr 삼성 라이온즈 제공.
